“은경의 푸른 노래, 민들레처럼 스며들다”…뮤지컬 ‘은경’, 잊힌 북녘 청춘의 꿈→서울·대구 관객 울릴까
짙은 푸른 조명이 내려앉은 무대 한가운데, 소녀 은경의 눈빛은 잊혀진 채 흔들리는 꿈을 따라 빛을 좇았다. 묵직한 현실의 그늘과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리는 희망은 어느새 객석 끝까지 전해졌고, 그 작은 숨결 하나가 멀리 남과 북 경계를 넘어 마음들에 조용히 파문을 일으켰다. ‘햇살이 비추이는 어느 날, 네가 이 노래를 불렀으면 해’라는 한 줄의 바람에 실려, 관객들은 친근하지만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기 시작했다.
뮤지컬 ‘은경’이 2025년 창작 초연의 막을 올릴 예정이다. 이 작품은 원작 에세이 ‘은경이 일기’를 바탕으로, 북한의 10대 소녀가 바라본 세상을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낸다. 쇼케이스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할 만큼 깊은 울림을 남겼던 만큼, 이번 본 공연에서는 초기 무대의 감성을 더욱 세밀하게 살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관객들은 이미 쇼케이스를 통해 “북한 청년에게도 똑같은 꿈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 작은 노래가 잊혔던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는 진심 어린 리뷰를 남긴 바 있다. 무엇보다 정치와 이념의 빽빽한 경계선 대신 사랑과 희망, 그리고 우정의 언어로 북한이라는 ‘타인’의 일상을 차분히 비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청춘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엮어가고, 그 안에서 소박한 용기를 피워내는지에 대한 서사는 관객에게 오랜 여운을 남겼다.
메인 포스터에 시선을 둔 채, 푸르게 번지는 배경과 소녀를 맴도는 민들레 홀씨들은 ‘꿈’과 ‘자유’, 그리고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은경의 여정은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먼 곳 어디선가 반짝이는 희망을 붙잡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모두의 마음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관객들은 무대 가장자리를 부유하는 조용한 울림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공감과 아련함을 남기게 됐다.
‘은경’의 무대는 신선주(은경), 이지현과 김우진(정철), 우현이(진욱), 이표민과 양혜선(멀티) 등 열정으로 가득 찬 신예 배우들이 채울 예정이다.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이들은 무대 위에서 새로운 북한 청년의 모습을 노래하고 연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과 환상, 꿈과 용기가 조우하는 시간이 관객 각자의 마음에 감동으로 새겨질 전망이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조우할 뮤지컬 ‘은경’은 오는 7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CKL스테이지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에서도 공연된다. 민들레처럼 자유로운 노래와 함께, 이번 공연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희망을 나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