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나치게 분열돼”…이재명 대통령, 종교계 지도자들과 국정 통합 방안 논의

정치적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계 대표들과 만나 국민 통합의 해법을 논의하며 관심이 집중됐다. 7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포함한 7개 종교 지도자 11명이 참석해 사회 갈등 해소와 새 정부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됐다. 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며, 갈등이 많이 격화돼있어 참 걱정”이라며 국정 운영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 한 달 동안은 조금씩 봉합되는 모양새가 보이기도 하는데 정치 상황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 대통령은 “종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게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부탁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지난 7개월은 근·현대사적으로 가장 국난에 가까웠던 시기였음에도 국민이 집단지성으로, 이성적으로 잘 갈무리해줘 정말 대단했다”며 “대통령이 그 중심에서 국민을 잘 선도해줬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안정된 기반을 갖기 위해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대통령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 가며 나라의 안정된 토대를 마련해 왔다”며 “앞으로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국민과 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큰 역량을 발휘해주길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께서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국민이 더 평안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주길 부탁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오찬은 80분간 진행됐으며, 오이수삼냉채와 흑임자두부선 등 채식 위주의 한식과 무화과 후식이 준비돼 종교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생명 존중과 비폭력, 평화, 안식의 상징성을 담았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오찬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고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종교계의 역할, 교육과 인권, 평화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간 자리였다”고 전했다.

또한 각 종단의 숙원 사업과 새 정부에 대한 바람, 험난한 국면에서 국민을 지켜온 종교의 역할, 자유로운 종교의 공존 가치가 논의됐다. 강 대변인은 “진우스님이 ‘참모들은 코피가 난다는데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나겠다’고 농담을 던져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난 것은 지난 7일 유흥식 바티칸 성직자부 장관 접견에 이은 두 번째 공식 자리다. 이날 오찬에는 불교계에서 진우스님, 덕수스님, 상진스님, 기독교계의 김종혁 대표회장, 김종생 총무, 천주교계의 이용훈 의장, 정순택 대주교, 그리고 원불교·유교·천도교·민족종교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정치권은 국정 초기에 사회 통합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국 변화에 따른 갈등 재점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종교계와의 소통을 확대하며 당분간 국민 통합과 사회갈등 완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