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중국 항서제약, 글로벌 임상 1위”…미국도 제쳐 신약개발 지형 흔든다

오승현 기자
입력

중국 제약사가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의약품 시장분석기관 사이트라인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새로 시작된 1~3상 임상시험은 1만503건으로 전년 대비 5.5% 늘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진행돼, 아시아 내 연구 주도권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트렌드를 ‘글로벌 R&D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2023년 글로벌 임상시험 역량에서는 중국 ‘항서제약’이 두각을 나타냈다. 항서제약은 지난해 132건의 임상시험을 개시하며, 전년도 5위에서 단숨에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기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머크,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을 제치고, 20건이 넘는 국제 임상과 400건 이상의 누적 임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머크, GSK 등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이번 장면은 글로벌 빅파마 중심 구조가 균열되고, 중국 기업이 혁신 신약의 시장 주도권에 근접했음을 의미한다.

임상시험 적응증의 변화를 보면, 암(종양학)이 여전히 전체의 37.2%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성장률은 9.5%에서 5%로 둔화됐다. 대신 중추신경계(CNS) 질환이 14.7%, 자가면역질환이 14.6%, 심혈관 질환 임상은 15.6% 성장해, 파이프라인이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처럼 희귀질환 임상도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진단·치료 패러다임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AI 활용 신약 후보물질 발굴, 이중특이성 항체, 방사성 의약품 등 최신 기술 분야 진입도 빨라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주자들이 여전히 상위권이나, 중국 CSPC 파마, 시노바이오팜 등 중국계 다수가 ‘톱 10’에 진입했다. 한편 스위스 로슈, 미국 BMS, 노바티스 등 기존 선진 업체는 1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순위 변동이 뚜렷하다. 해외 시장에선 빅파마, CRO와의 기술 이전 및 공동개발이 확대되고, 인공지능(AI) 기반 분석과 임상 플랫폼 데이터 공유 등 디지털 혁신이 임상 가속화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독주 현상이 정책, 규제 환경에서도 점차 표준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중국의 제약 역량이 앞으로도 더 강화될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미국·유럽도 AI, 유전체 데이터 활용 고도화, 임상데이터 국제 공유 통상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오 시장에서는 급성장하는 임상시험 수와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가 신약 R&D 전략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변화가 실제 시장과 환자로까지 연결될지, 글로벌 신약 시장 판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항서제약#글로벌임상시험#바이오경제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