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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불계승으로 2연승”…이지현, 농심신라면배 주도→중국전 3연승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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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불계승으로 2연승”…이지현, 농심신라면배 주도→중국전 3연승 도전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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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스민 칭다오 경기장, 이지현의 침착한 수읽기가 판을 가르며 장내 공기를 바꿨다. 바둑판 앞에 앉은 모든 시선이 그의 손끝에 쏠릴 때,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간 전략과 흔들림 없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145수 만에 찾아온 흑 불계승의 순간, 이지현은 한국 대표팀에 두 번째 승리를 안기며 무거웠던 분위기에 환한 물결을 더했다.

 

제2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국은 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펼쳐졌다. 신예 기사 이지현은 개막전에서 중국 리친청을 꺾은 데 이어, 2국에서도 일본 후쿠오카 고타로 7단을 상대로 주도권을 놓지 않는 완숙한 바둑으로 또 한 번 불계승을 일궈냈다. 데뷔 무대에서의 2연승은 신민준 9단의 6연승 이후 8년 만에 나온 기록이며, 첫 주자가 초반 흐름을 이끌어가는 희소 가치가 더해졌다.

“흑 불계승으로 2연승”…이지현, 농심신라면배 초반 상승세 견인 / 연합뉴스
“흑 불계승으로 2연승”…이지현, 농심신라면배 초반 상승세 견인 / 연합뉴스

초반 포석부터 공격적으로 운영한 이지현은 중반 이후에도 전체 판을 넓게 조망하며 실리를 챙겼다. 상대의 반격에도 흔들림 없이 145수 만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세계무대에서 신예다운 집중력과 묵직한 실력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현장의 팬들은 조용히 박수를 보내며, 팀의 시작을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이지현은 “어제보다 심적으로 안정돼 편하게 둘 수 있었다”는 소회를 담담히 전했다. 또 “중국 탄샤오 9단과의 대결을 위해 세밀하게 준비하겠다”며 세 번째 승리 의지를 내비쳤다. 두 기사는 과거 2012년 LG배 예선에서 맞대결을 펼친 경험이 있으며, 승패의 기억이 또 한 번 만남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동일 장소에서는 이날 오전 제3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도 열렸다. 시니어전에서는 김영환이 일본의 나카노 히로나리에게 백 불계패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카노는 5일 중국 루이나이웨이 9단을 상대로 시니어 왕좌를 겨루게 된다.

 

이번 농심신라면배 우승 상금은 5억원, 백산수배는 1억8천만원으로 책정됐다. 3연승을 달성하는 기사에게는 신라면배 1천만원, 백산수배 500만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신라면배는 제한시간 각 1시간, 초읽기 1분 1회, 백산수배는 각 40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필연과 우연이 엇갈리는 긴장 속에서, 각 대표들은 최강전의 명예와 개인의 도전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다음 국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 밤, 칭다오 경기장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열기가 번지고 있다. 한 수, 한 장면마다 새로운 기록이 쌓여가는 순간. 농심신라면배 3국은 5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며, 이지현의 연승 도전은 바둑팬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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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농심신라면배#후쿠오카고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