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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척수액으로 진단한다”…소아 모야모야병, 새 바이오마커 규명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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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모야모야병 조기 진단과 치료의 새 장을 여는 바이오마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삼성서울병원 김승기 교수팀은 환아 11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뇌척수액 단백질분석을 통해, 진단 민감도가 높은 ‘SLITRK1’ 단백질을 제시했다. 업계는 이번 발견이 희귀 신경혈관질환 분야의 ‘액체 생검’ 진단법 실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24년 6월, 김승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와 협업 연구진이 발표했다. 이들은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군 104명, 대조군 14명의 뇌척수액에서 약 2400종 단백질을 정밀 분석했으며, 8개 단백질이 질환 관련성 후보로 지목됐다. 가장 두드러진 ‘SLITRK1’은 신경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효소면역분석으로 확인한 진단성능은 AUROC 0.926으로, 중추신경질환 바이오마커 기준에서도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SLITRK1의 높은 농도는 모야모야병 병력 진단에 극적인 차별성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혈관조영술 기반 확진법만큼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면서도, 진정·마취 없이 시행 가능한 액체 생검 경로를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크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영상진단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추가로 가중 유전자 공발현 네트워크 해석을 적용, 뇌경색 등 임상 특성과 연관 깊은 단백질도 밝혀냈다. 수술 예후가 좋은 환자에선 CD9, EMILIN1 등의 단백질 발현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혈관재생을 촉진하는 CD9의 수준이 수술 후 기능장애(Modified Rankin Scale)와 역관계를 보였다. 이는 바이오마커 기반 예후 예측 플랫폼 개발 가능성도 시사한다.

 

시장 측면에선 맞춤 치료전략과 신약개발, 환자별 중증도 선별 등 정밀의료 적용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 등지에서도 혈액, 뇌척수액 등 체액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 의미 있는 소아 신경혈관질환 ‘액체 생검’ 바이오마커가 대규모 임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희귀질환 액체 생검에 대한 데이터 보호·윤리 기준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조기진단 검사의 의료기술 평가를 강화하고, 소아 대상 연구에는 별도 임상윤리 심사기준을 적용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SLITRK1 등 신규 바이오마커의 상용화 시점이 액체 생검 정밀의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임상 환경에서 도입될 수 있을지 여부와, 바이오마커 인증절차의 제도 정비 속도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기술과 임상 현실을 조화시키는 규제·윤리 혁신이 새로운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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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slitrk1#모야모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