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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고요한 금성관 걷기”…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나주 여행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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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 고요한 금성관 걷기”…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나주 여행의 발견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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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가 특별해 보이는 계절, 나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전남 여행의 우회지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고요한 역사와 자연이 흐르는 일상이 돼가고 있다.

 

맑게 갠 하늘과 선명한 햇살이 비추는 나주의 중심, 금성관부터 한적하게 발을 디뎌본다. 조선 시대의 객사 본관이자 옛 관아가 차분하게 남은 이곳에선, 길게 드리운 마른 바람과 묵직한 처마, 넓은 마당의 기운이 도드라진다. 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 아이와 조심조심 걷는 가족들, 잠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이들 모두가 그 풍경에 스며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성관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성관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에 따르면 근래 역사문화 공간을 찾는 국내여행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체험해보니, 사람들이 고풍의 공간에서 한숨 고르고, 오래된 건축에 손을 얹으며 지나간 시간을 체감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SNS에는 “조용히 걷기 좋다”, “아이와 의미 있는 하루가 된다”라는 글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영산강을 따라 번식한 마한의 이야기는 국립나주박물관에 차분히 담겨 있다. 특히, 마한 고분에서 나온 토기와 청동기는 “과거와 내 삶의 연결이 느껴진다”고 표현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주배박물관은 아이와 가족에게 알맞은 체험과 이야기를 건넨다. 땡볕 아래서 자라는 배 나무, 그리고 그것을 담은 지역의 노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성관과 영산강 유역, 나주배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나’라는 일상에서도 작은 전환을 불러온다”고 분석한다.

 

내 삶 바깥의 시간에 잠기고 싶을 땐 다도면 불회사로 발길을 옮긴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마음도 같이 차분해진다”고 고백했다. 오래된 전각 사이, 부드러운 햇살과 소리가 멀어지는 산사의 정취, 숨 고르는 자유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작고 사소한 여행의 선택이지만, 나주의 시간 속을 거니는 그 경험들은 우리 삶의 리듬을 새롭게 한다. 누구든 잠시 머물며 나를 정돈하는 하루,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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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금성관#영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