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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검사 논란 촉발”…월드복싱, 칼리프 실명 거론→정식 사과
스포츠

“성별 검사 논란 촉발”…월드복싱, 칼리프 실명 거론→정식 사과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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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경기장은 한순간에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선수의 꿈과 정체성, 그리고 스포츠계의 공정성 논의가 복잡하게 얽혀 모든 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마네 칼리프가 보여준 강인함은 논란의 한가운데서도 더욱 빛났다.

 

월드 복싱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복싱을 담당할 국제 경기단체로 인정받는 과정에 있다. 최근 월드 복싱은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금메달리스트 이마네 칼리프의 실명을 정책 안내문에 직접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 스포츠계에 파장이 일었다. 월드 복싱이 내놓은 새 정책에 따르면, 여성 부문 출전 선수에게서 남성 염색체가 확인되면 전문가 심의를 거쳐 출전 자격을 평가하는 방침이 도입됐다. 이는 세계육상연맹에 이어 두 번째로 엄격한 성별 확인 과정이다.

“성별 검사 논란 촉발”…월드복싱, 칼리프 실명 거론→정식 사과
“성별 검사 논란 촉발”…월드복싱, 칼리프 실명 거론→정식 사과

특정 선수 실명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이번 정책은 곧장 논란으로 번졌다. 알제리 복싱연맹은 즉시 반발했고, 복싱 각국 연맹과 인권단체들도 선수 프라이버시 침해와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보리스 판데르 보르스트 월드 복싱 회장은 알제리 복싱연맹에 공식 사과 서한을 전달하며, "칼리프의 프라이버시는 반드시 보호받았어야 했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칼리프는 이미 파리 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을 넘어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2023년 IBA 세계선수권을 앞두고도 자격 요건 미충족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고, 당시에 남성 염색체 검출 의혹이 있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여권상 성별 기준을 적용해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다. 칼리프 뿐 아니라 중국의 린위팅 역시 고난을 딛고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복싱계 내부에서는 이런 사례가 경기의 안전성과 공정성, 선수 보호를 두고 계속 논쟁을 불러왔다. 엄격한 성별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월드 복싱은 논란 속에서도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정인을 실명으로 지목하는 행위까지 더해지며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월드 복싱은 다음 달 1일부터 새로운 성별 기준을 공식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국제복싱 연맹 및 올림픽 위원회의 추가 규정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논란은 복싱이라는 한 종목의 경계를 넘어,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인권과 공정성, 그리고 선수의 프라이버시 존중이라는 본질적 과제까지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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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복싱#이마네칼리프#2028로스앤젤레스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