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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신약후보물질 선별”…국내외 제약사, 임상 성공률 올린다
IT/바이오

“AI가 신약후보물질 선별”…국내외 제약사, 임상 성공률 올린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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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인공지능(AI)이 적용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AI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임상시험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혁신 수단으로,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대형사들도 투자와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는 AI 활용 확산을 제약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으로 본다.

 

보고서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인 신약 개발 방식의 임상 1상 성공률은 약 55~65%에 머물지만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은 80~90%로 대폭 향상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데이터 기반 환자 선별·임상 설계 예측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임상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여, 환자 모집 속도가 2배 빨라지고 전체 개발기간과 비용도 크게 단축되는 흐름이다. 특히 모바일·원격 접근 등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도입되면서, 투자 수익률이 기존 대비 4배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신약개발의 핵심은 대규모 화합물·단백질 데이터와 예측 알고리즘의 결합에 있다. AI는 질병과 작용 기전 연관성이 높은 약물 후보를 높은 속도로 선별해, 임상에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물질 위주로 개발을 집중시킨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비 탐색 속도를 5~10배 이상 높이고, 실패율을 크게 줄인 것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선두 제약사들은 AI 역량 내재화와 빅테크 협력에 적극적이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은 자체 디지털 혁신 조직을 설립해 수백 명의 디지털 인력을 운용 중이다. 현대 AI 신약개발사는 구글 딥마인드가 분할해 설립한 ‘아이소모픽 랩스’ 등과도 연구·투자를 확대하며, 스마트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섰다. 일라이 릴리·노타비스가 지난해 AI 기반 신약개발에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을 투입하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AI 플랫폼과 데이터 통합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AI 통합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자체 구축해 후보물질 탐색과 약물 설계 전주기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을 통합해, 적용 질환 및 데이터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한미약품은 내재화한 AI 및 구조모델링 플랫폼 ‘HARP’로 비만치료제 ‘HM17321’을 선별했다. UCN2 유사체 기반 후보가 근육감소 없이 체중감량을 유도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글로벌 경쟁 신약 대비 차별화된 기전으로 주목받는다. SK바이오팜, 대웅제약, 온코크로스 역시 AI 신약 설계 플랫폼을 사업화 단계까지 확대해 실효성을 높이는 중이다.

 

다만 기술력과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는 아직 선진국과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AI 신약개발 알고리즘 기술수준은 미국 대비 72.5%로, 일본·중국보다 뒤진 5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용 통합 데이터 부족, 컴퓨팅 자원 한계, 전문 인력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정혜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AI 신약개발이 투자·인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계의 한계를 보완할 전략적 열쇠”라면서 “대규모 통합데이터 구축, 컴퓨팅 인프라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과 데이터 통합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신약개발이 투자·데이터 인프라·규제 혁신과 맞물려 제약산업의 구조적 변환을 촉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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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신약개발#한미약품#jw중외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