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새 틀, 관세가 변수”…여한구·위성락, 워싱턴서 통상·안보 전방위 협상
관세를 둘러싼 통상·안보 이슈를 놓고 한국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다. 미국발 상호관세 유예가 이달 8일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실이 총력전을 펼치며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수에 대응하는 상황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관세를 비롯한 무역·산업 협력 현안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부터 각국에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시점과 맞물려, 이번 만남은 대미 통상 현안에 있어 결정적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정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의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에 대한 한국 측 입장과 함께 관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협상 초점을 맞췄다.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적 관세율 통보를 저지하고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후속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1차 과제로 꼽힌다.
여한구 본부장은 협의에 앞서 "관세 협상과 4∼5년 중장기적인 한미 산업 및 기술 협력을 모두 포함해 포지티브섬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미 투자 확대 등 산업 협력 의지를 내비치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미국이 부과한 품목별 관세 및 향후 상호관세에 대한 면제 또는 인하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준다.
외교·안보 라인도 워싱턴행에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6일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면담에 나선다. 위 실장은 출국 전 "관세 협상과 더불어 안보 및 정상회담 일정 논의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장이 직접 무역현안에 나선 배경에는 관세 문제가 한미관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위성락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을 도모하는 시기에, 관세 문제가 외교적 악재로 확대되지 않도록 미측에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10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문제, 대북정책 공조,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 5% 국방지출 논의, 주한미군 현상 유지 등 다양한 안보 이슈도 협의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통상과 안보 분야가 힘을 합칠 부분은 협업하고, 역할을 나눌 부분은 분담하는 올코트 프레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통상과 안보 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미국발 관세 파장과 안보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한미 협상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와 산업계 역시 관세 재부과 가능성, 자동차·철강 등 수출 산업의 타격 우려를 거론하며 정부에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다. 한편 재계 전문가들은 "대미 산업 투자와 원활한 협상 동력 확보가 관세 이슈 극복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양국 정부는 향후 관세 협상, 정상회담 일정, 안보공조 방안 등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한미 공동과제들의 성패가 향후 외교·통상, 안보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