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복귀 70%…필수의료 전공 지원 저조”→의료공백 우려 커진다
상반기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재개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국내 대형 병원들도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을 돌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판 복귀로 전공의 전체 지원율은 70~80% 수준에 이르렀으나,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곳이 많아 의료 현장의 공백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모집 결과를 ‘필수의료 인력 쏠림과 지방의료 붕괴’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 모집이 21일 일제히 마감된다. 대다수 병원에서 사직 전공의의 70~80%가 복귀 의사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주요 과에서는 정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지원율이 확인됐다. 일부 과는 아예 신규 지원이 없어 충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필수의료 분야 복귀 저조 현상은 이번 전공의 사태의 여파와 구조적 인력 기피가 맞물려 심화됐다. 전공 과정의 피로와 과중한 업무, 의료분쟁 위험, 상대적 처우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기 전공은 복귀율이 높았지만, 레지던트 1년차 또는 지방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분야는 지원율이 50%에도 못 미쳤다. 반면 상급 연차의 경우, 대형병원 내 추가 충원 및 전문의 시험을 앞둔 복귀 분위기로 복귀율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복귀 양상이 수도권 중심으로 모이면서,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지방→수도권 연쇄 이동’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지방 수련병원의 지원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데다, 이미 근무하던 전공의들마저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며 필수의료 공백이 심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턴, 레지던트 1년차, 상급연차까지 전국 모집정원은 1만3498명에 달하거나, 실제 수련 연장 중인 전공의는 2532명에 불과하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추가 채용이 이뤄졌으나 미달 전공 및 지방 전공의 공백 우려는 여전하다.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은 이번 전공의 모집 경쟁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각 병원은 면접 후 27~29일 합격자를 최종 발표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등 필수 전공은 50% 채우기도 어렵고, 레지던트 1년차 신규 진입보다 상급 연차 위주로 자리가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전공의 이동 등은 의료 생태계 내 ‘병목’ 현상으로 지적된다. 필수의료 지원 저조 현상은 최근 5년 내 지속적으로 악화돼왔고,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의료인력 양성 자체에 제약이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유인책 강화, 지역 간 쏠림 해소, 의료 인프라 서비스 분산 등 복합 대책이 시급하다고 봤다.
정부는 수가 및 근무 환경 개선, 수련체계 개편 등 장기 대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즉각적 필수의료 복원책은 부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계 모니터링 결과 “내년 수련 완료 후 전문의 추가시험까지 공백기 탓에 복귀를 미루는 현상도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실제 필수의료 전공 인력 재확보가 가능할지,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결국 전공의 복귀율 못지않게 필수분야 인력 재배치와 지원정책이 의료서비스 지속성의 핵심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