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 침묵의 대가”…삼성, 홈에서 4연패→가을야구 멀어진 현실
뜨거운 한여름 저녁,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응원가조차 경기장의 공기를 바꾸지 못했다. 연패의 그림자 속에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갔고, 잦아드는 방망이 소리에 팬들의 한숨만 더해졌다. 사자 군단의 도전은 홈 이점조차 희미하게 만들 만큼 답답한 경기력과 마주했다.
삼성라이온즈는 8월 들어 15경기 4승 11패 승률 0.267이라는 성적으로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4연패를 포함해 8위까지 미끄러졌으며, 51승 57패 1무 승률 0.472로 7위 NC다이노스와의 격차는 3경기, 5위 KIA타이거즈와는 4경기까지 벌어졌다. 초반 5위권을 달리던 상승세는 어느새 흔적을 감췄다.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불펜과 타선의 동반 침체가 꼽힌다. 선발진이 7월 27일 이후 평균자책점 3.92로 선방했지만, 불펜은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6경기에서조차 팀은 단 2승만 챙기는 데 그쳤고, 5회까지 앞선 6경기 중 2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5회까지 뒤졌던 8경기는 모두 승리를 놓쳤다.
무엇보다 4연패 기간 동안 단 5득점에 그친 타선의 침묵이 뼈아프다. 8월 팀 타율은 0.216(9위), 홈 5경기 타율은 0.183에 머물러 ‘타고투저 구장’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안방의 이점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선수단은 무거운 숙제를 안았다.
주포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8월 타율 0.225에 머물렀고, 구자욱은 0.179, 이재현은 0.059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베테랑 박병호, 류지혁 등 새 얼굴의 투입도 매서운 침묵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직 순위 경쟁의 불씨는 남아 있지만, 남은 35경기와 5위권 4경기 차는 삼성라이온즈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서서히 늘어나는 패배에 벤치도, 관중석도 옅은 한숨을 내비쳤다.
반면, 홈 경기장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13일까지 올 시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누적 관중은 125만8천816명, 경기당 평균 2만2천888명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의 열기를 증명했다.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뜨거운 응원은 선수들에게 묵직한 응답으로 남았다.
답답함과 희망, 그리고 기다림. 무거운 침묵 너머 열일곱 번의 비명 속에서도 팬들은 경기장을 지켰다. 삼성라이온즈는 꺼지지 않은 가을야구의 희망을 품고, 다시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