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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 또다시 도마 위”…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법조계 우려
정치

“사법부 독립 또다시 도마 위”…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법조계 우려

조민석 기자
입력

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정치권 격랑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노골화하고, 여권 일각에서 탄핵 카드까지 거론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편, 법원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법부 수장 흔들기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게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사퇴까지 압박하며 정치권의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범여권에서는 의혹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사실상 사법부 외부 압박에 의한 대법원장 중도 퇴진은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 1987년 개헌 이후 첫 사례는 9대 김용철 대법원장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의 교체 요구와 내부 판사들의 자정 요구가 분출한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11대 김덕주 대법원장도 재산 공개 논란과 사법개혁 파동 끝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 외 대법원장들은 임기나 정년을 채우고 퇴임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대법원장은 정치적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놓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14대 이용훈 대법원장은 임기 후반 한나라당과 갈등을 빚었으나,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자리를 지켰다.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에 우호적 판결을 문제삼으며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이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개혁적 사법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15대 양승태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대법원장으로서 전례 없는 구속이라는 오욕을 남겼다. 그럼에도 임기를 끝까지 지켰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16대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논란 등 각종 정치적 공방에 시달렸으나, 법원 내 사법행정 논란을 거치면서도 임기를 마쳤다.

 

조 대법원장은 삼성 에버랜드 2심 사건에서 원칙적 판결을 내렸으며, 외부 인사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내근형’ 법관으로 법원 내 신망이 두텁다. 그러나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과 5월 이재명 대통령 상고심 파기환송 판결 이후 민주당 내에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대법원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적 공방이 한층 가열됐다.

 

이와 관련해 조 대법원장은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했다. 법원 내부에선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노골적 사퇴 압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판사들과 함께, 사법권 독립에 대한 법조계의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면 너무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와 정치권은 대법원장 거취를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법권 독립 가치의 유지 여부와 국가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논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는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과 임기 문제를 놓고 추가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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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대법원장#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