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90% 흐린 주말”…횡성의 무거운 여름, 느릿해진 동네의 시간
요즘 횡성에서는 하늘이 좀처럼 맑게 걷히지 않는다. 여름의 끝자락에 접어든 8월, 주말마다 흐린 하늘과 높은 습도가 사람들의 리듬을 천천히 바꿔놓고 있다. 집안에서도 무덥고 눅눅한 공기가 맴도는 가운데, SNS에는 “오늘도 이불 빨래는 포기”라며 꿉꿉한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23일 토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이어질 흐린 날씨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은 기온이 오전 24도에서 오후 31도까지 오르며, 체감온도 역시 31도를 기록했다. 습도는 오전 90%에서 밤이면 95%까지 치솟았다. 일요일에도 기온은 23도에서 31도, 습도는 80% 이상을 유지하는 한편, 오후 6시경 '보통비' 강도의 소나기가 예보됐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수확률은 토요일 30%, 일요일에는 오후에 60%로 대폭 증가했다. 바람은 대체로 약하게 불고, 남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며 굳이 야외활동을 계획해도 한 번쯤 더 망설이게 만든다. 한 지역주민은 “이맘때면 늘 습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장마 후 심리적 휴식기’라 해석한다. 천천히 무더위가 식어가면서도 습기로 인한 불쾌지수가 높아, 실내 문화생활이나 가까운 동네 카페를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심리상담사 김현진은 “날씨가 흐리면 컨디션이 저하될 수 있지만, 집에서 나만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아진다”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럴 때 TV 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이라거나, “집콕 중에도 창밖 소나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반면 이른 저녁 산책이나, 비 올 땐 근처 한적한 식당을 찾는 등 소소한 야외활동으로 리듬을 되찾으려는 시도 역시 엿보인다.
작고 사소한 계절의 변화지만, 주말을 대하는 태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생겼다. 횡성의 흐린 여름은 단순한 기상이 아니라, 일상에 머무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지금 이 흐름은 누구나 겪고 있는 ‘우리 동네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