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전승 행진”…안세영, 결연한 집중→인도네시아오픈 결승 진격
경기의 서막이 오르자 안세영의 표정에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한 결심이 드리워졌다. 상대의 숨결조차 움직임을 멈추게 할 만큼, 코트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승부욕은 단연 돋보였다. 자카르타의 밤을 밝힌 마지막 스매싱이 네트를 가르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안세영은 조용히 라켓을 쥐었다.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준결승이 펼쳐졌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위 야마구치 아카네와의 접전에서 두 세트 모두 승리(21-18 21-17)를 거두며 무실세트로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경기 초반부터 안세영은 날카로운 스트로크와 흔들림 없는 수비로 라이벌 야마구치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1세트에서는 점수 추격전이 이어졌지만, 후반 집중력이 빛을 발하며 21-18로 세트를 가져갔다. 이어진 2세트에서도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플레이로 경기를 21-17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32강부터 8강까지 모두 2-0 셧아웃을 이어온 안세영은 네 경기 연속으로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각각 부사난 옹밤룽판, 김가은, 포른파위 초추웡 등 강자들을 연이어 꺾으며 결승전에 안착했다.
경기 후 안세영은 “지난해 준결승의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번엔 내 플레이에만 몰입했다. 결승에서도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더욱이 최근 왕즈이와의 맞대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현지 팬들과 국내 팬 모두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안세영을 기다리는 결승 상대는 세계 2위 왕즈이로 확정됐다. 안세영은 올해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2-1로 승리했던 이력이 있다. 또한 4월 수디르만컵 결승 단식에서도 2-0 완승을 이끌며 우위를 보여줬다.
올해 인도네시아오픈에서 정상에 등극한다면 안세영에게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왕좌 탈환이라는 값진 기록이 된다. 지난해 천위페이에게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기억을 지우고, 다섯 번째 투어 우승의 금자탑을 눈앞에 두게 된다. 직전 싱가포르오픈 8강전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하며 국제대회 연승이 멈췄지만, 이번 결승 진출로 반등의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왔다.
자카르타의 열기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은 9일 열린다. 라켓 끝에 스민 강단과 땀방울, 그리고 팬들의 간절한 기원이 안세영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증명될 시간이다. 투지와 응원이 교차하는 순간, 네 번째 투어 우승과 4년 만의 왕좌 탈환 여부는 결승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