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양세욱·원윤희, 사랑과 역도에 새긴 아픔”…하반신 마비를 기적으로→세상에 문을 열다
한낮의 따스함이 문을 열 듯, 두 사람의 인생에는 어느 날 예고 없이 깊은 시련이 스며들었다. ‘인간극장’ 양세욱과 원윤희는 각각 하반신 마비와 희귀질환이라는 벼랑 같은 삶 앞에서, 묵묵히 서로의 곁에 섰다. 어려움으로 무너진 채벽에도 두 사람의 온기와 용기가 스며, 아픈 일상은 어느새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
양세욱에게 찾아온 절망은 스물셋의 아침 베란다에서 멈췄다. 부지런히 살아보겠단 마음으로 시작한 하루가 한순간 모든 것을 빼앗았고, 청천벽력 같은 판정 앞에서 그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버텨야 했다. 가족의 기도와 이모, 지인의 연대 속에서 역도의 무게를 견뎌냈고, 마침내 장애인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의 반짝임 뒤편에는 수없이 반복한 재활 훈련과, 포기하지 않았던 젊음의 땀이 서려 있다.

원윤희 역시 평온한 일상에서 루푸스라는 자가면역질환에 맞닥뜨렸다. 승무원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현실, 15번을 넘긴 수술과 햇살조차 버거운 순간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분야에서 느릿하게 일어섰다. 영어를 가르치고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윤희는, 아픔을 드러내는 용기와 함께 작은 사회를 일궈 나갔다. 그러다 세욱의 긍정적 기운을 만나 단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결혼식을 생략하려 한 이유에는 치열한 일상이 버거워서였다. 하지만 신혼집에서 서로 돌보며 보내는 평범한 나날이, 오히려 ‘존재’ 자체가 감사한 행복임을 깨닫게 됐다. 가족들의 격려 아래 정식 예식을 치르기로 결정한 이들은, 세욱의 인생을 바꾼 의사에게 직접 감사의 손을 내밀며 또 한 번 마음을 나눴다. 오랜 치료 끝에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진료실을 들어선 그 장면은, 모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홍천 전국대회에서 따낸 메달을 들고 부모님의 통닭집으로 달려간 세욱의 발걸음엔 복잡한 감정이 얹혀 있었다. 어머니의 눈에는 여전히 아픈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땀과 웃음, 스며드는 미안함 속에서 가족은 서로를 토닥였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아픔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희망의 증거로 삼아 살아간다.
장애와 희귀질환, 반복되는 통증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양세욱과 원윤희는 여전히 사랑을 노래한다. 두 사람의 진심 어린 희망이 앞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낼지, 혹은 매일을 소중하게 지키는 평범함으로 머물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들이 함께 일군 이 작은 기적이 세상에 묵직한 위안과 용기를 건넨다는 사실이다. 하반신 마비를 이겨내고 두 발로 선 젊음, 그리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윤희의 한마디는 오랜 재활과 투병의 시간을 거쳐, 오늘도 매일 아침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희망일 수 있음을 전하며, ‘인간극장’은 매일 오전 7시 50분에 깊은 울림의 기록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