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증언, 청춘의 항거”…이하전·강태선·이석규, 광복의 고백→현재의 울림
밝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간 청춘들의 이야기가 깊고 긴 파문으로 시청자 곁을 두드렸다. KBS 광복80년 특별기획 ‘마지막 증언’ 2부는 학생독립운동가 이하전, 강태선, 이석규 세 사람의 나직한 목소리를 따라간다. 스스로 선택한 고된 길 위, 이름 없는 젊음이 품었던 조국에 대한 사랑과 단호한 항거는 80년의 시간을 건너와 오늘 우리 곁에서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
일제의 억압이 터져 나오던 고된 시절, 조선의 젊은이들은 시대의 요구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 3·1운동, 6·10만세운동, 1929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이어진 항거의 맥박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학생 독립운동은 비밀결사와 독서회로 번져 깊은 연결고리를 이뤘다. 치열하게 저항하던 이들은 감시와 병영의 두터운 벽을 넘어서 삶 곳곳에 간절하게 ‘내일’을 새겨두었다.

강태선 지사는 일본 유학길의 새벽을 신문 배달로 열었고, 동포들과 숨어 투쟁하며 치안유지법으로 투옥됐다. 제주로 돌아왔으나 자신의 고난을 오랜 세월 말하지 못했고, 가족을 지키는 무거운 선택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광복”의 마음을 안고 남은 삶을 살아갔다. 그의 굳은 침묵과마저 꺼지지 않는 질문이, 세월을 넘어 오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석규 지사의 열일곱은 불의에 맞서 뜨겁게 일어선 청춘이었다. 일본 학생만 출입이 가능했던 목욕탕 사건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분노이자 각성이었고, 무등독서회를 조직해 전단을 배포하며 불의한 시대에 힘겨운 목소리를 냈다. 퇴학과 구금, 세월 속 떠나보낸 벗의 기억이 남은 자의 상흔이 돼 남았고, 그 모든 시간 위에서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외침은 현재에도 깊게 파고든다.
이하전 지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최고령 독립유공자다. 학창시절 ‘축산계’라는 이름 아래 시작된 저항은 일본 유학까지 이어졌고 투옥과 고문의 기록마저 평생 품으며 살아왔다. 해방 후 미국에서 교육자로 살아간 그는 도산 안창호의 유지를 마음에 새긴 채 오랜 침묵을 견뎌냈다. 가족과 함께 건넨 광복의 축하 인사는, 눈물과 자부심이 뒤섞인 시간의 선물처럼 깊이 남는다.
80년 전 뜨겁게 타올랐으나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던 청춘의 항거는, 이제야 비로소 그 이름과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광복정신은 수치와 기록, 침묵에 가려졌지만 세 지사의 고백은 지금의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질문을 건넨다. 잊힐 뻔한 한 세기의 역사와 청춘이 들려주는 마지막 증언이 KBS 광복80년 특별기획 ‘마지막 증언’ 2부를 통해 현재로 다시 살아난다.
개성 어린 세 사람의 항거와 오랜 침묵의 시간이 시청자에게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의미를 전한다. KBS 광복80년 특별기획 ‘마지막 증언’ 2부는 이들의 이야기로 역사의 깊은 물음을 던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