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경형차 판매 1,565만대 추락”…트럼프 관세 여파, 시장 충격→현대차·기아 선전 ‘주목’
북아메리카의 초여름, 자동차 산업의 심장은 느릿한 박동으로 변주되고 있다. 5월, 미국 경형 차량 판매 대수는 계절 조정 연환산 기준으로 1,565만 대를 기록하며, 불과 한 달 사이 약 160만 대가 증발했다. 팬데믹 이후 보기 드물었던 최대 낙폭은 ‘워즈 인텔리전스’의 공식 발표 속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자동차 업계의 봄은 지나가고, 관세라는 찬 서리가 미국 시장을 뒤덮고 있다.
이 판매 급감의 근저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수입 자동차 25% 관세 부과 결정이 조용하고도 단호하게 흐르고 있다. 가격 인상 소식이 시장에 퍼지자, 소비자들은 오래 기다려온 차량을 미리 사들이는 ‘패닉 바잉’ 대열에 합류했고, 확장하던 자동차 수요는 재고가 소진되면서 짧은 봄을 맞고 이내 꺾여 내렸다. 3월에는 1,783만 대, 4월에는 1,725만 대에 달했던 판매량은 이내 160만 대 가까이 줄어드는 고요하지만 거센 파도를 불러왔다.

이런 무거운 흐름 속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 적용을 벗어난 재고 차량을 시장에 내놓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변곡점에 도달했다.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포드는 멕시코 생산 3종 차량의 가격을 인상했으며, 일본의 스바루 역시 일부 신차의 가격을 올렸다. 가격은 오르지만, 수요는 망설임과 신중함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5월 한 달간 8만4,521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고, 기아 역시 7만9,007대를 기록해 5%의 상승을 이뤘다. 성장률은 다소 완만해졌으나, 복잡한 국제 무역 환경 속에서 여전히 탄탄한 존재감을 입증한 것이다.
포드는 5월 22만959대의 미국 내 판매량을 기록해, 작년 같은 시기의 19만14대를 넘어섰다. 미국 자동차의 상징적 존재는 가격 인상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관세정책이 본격화된 미국 자동차 시장은, 이제 재고 부족과 가격 인상, 그리고 소비 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전환기’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과 정책 변화의 소용돌이. 그 속에서도 한국산 자동차의 묵직한 행보는, 창과 방패가 교차하는 국제 시장에서 또 다른 가능성과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