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고 10초29”…비웨사, 전국육상 100m 우승→실업 첫 정상 등극
토곡하게 다져온 근육이 트랙에 힘차게 박혔다. 마침내 결승선을 넘은 비웨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해낸, 개인 최고 기록과 함께 첫 실업무대 우승의 순간이었다.
제53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일반부 100m 결선이 5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는 이날 10초29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트랙을 가장 먼저 질주했다. 이는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인 10초44를 0.15초 앞당기는 결과다. 지난 2022년 실업 무대 데뷔 이후 계속된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렸던 그는, 개인 종목에서 통산 첫 정상에 오르며 스스로를 또 한 번 증명했다.

이번 결승에서 이창수(보은군청)가 10초46으로 2위, 김시온(경산시청)이 10초50으로 3위를 차지하며 경쟁의 치열함을 더했다. 비웨사는 그동안 고교 시절 이후 관심을 받으며 성장해왔으나, 실업 팀 진출 이후에는 계주 종목에서만 우승컵을 들어올려 왔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꿋꿋히 견뎌낸 시간과 아픔의 무게만큼 더욱 값진 금빛 결실을 맺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웨사는 “올해 부상 관리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뛰었다”며 “정말 오랜만에 우승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문제점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관중들 역시 긴 침묵 끝에 터진 질주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비웨사의 성장 서사는 더욱 특별하다. 콩고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그는, 한때 국적 문제로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던 과거를 지닌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귀화를 하며 한국의 새 희망을 품게 됐다. 원곡고 시절 본격적으로 트랙에 뛰어들었고, 실업 진출 뒤 여러 고비 끝에 올해 다시 재도약에 성공하면서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여자 일반부 100m 결선에선 이은빈(해남군청)이 11초84로 정상에 올랐고, 뒤이어 신현진(포항시청)이 11초96으로 두 번째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은빈은 "어제 몸살 기운이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 좋은 기록과 함께 우승했다"고 전해, 선수들의 도전과 집념이 경기장 안팎에서 이어졌다.
한편 비웨사는 전국 무대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발판 삼아 남자 단거리 정상 주자로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함께 호흡하는 동료들과 벤치의 희망 섞인 시선, 그리고 성원하는 팬들의 박수는 한동안 트랙 위에서 잊히지 않을 장면으로 남았다.
헝클어진 마음과 흔들리는 시선을 넘어,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음에는 늘 새로운 내일이 피어난다. 비웨사의 힘찬 질주가 전한 위로와 용기는 오랫동안 육상 팬들의 기억에 머무를 것이다. 제53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는 이러한 이야기와 더불어 6월 5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