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할인에 물가 1.7%”…먹거리 부담은 지속, 하반기 물가 변수 주목

통신요금 할인과 에너지 가격 안정 덕분에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7%까지 떨어지며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먹거리 가격이 계속 올라, 체감 물가 부담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확실한 물가 안정세 진입 여부가 하반기 경제의 분수령이라는 입장이다.

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로 전년 동월보다 1.7% 올랐다. 최근 4개월간 2%대가 이어졌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1%대로 진입한 주요 배경은 ‘통신요금 할인’ 요인이다. SK텔레콤이 8월 한달간 50% 요금 할인 정책을 도입한 덕분에 휴대전화료는 21%나 급락했고, 공공서비스 물가 지수는 -3.6%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청소년·노령층 대상 요금보조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같은 기간 석유류 제품(-1.2%) 하락세도 전체 공업제품(1.7%) 안정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서비스 분야 물가 안정과 달리, 식료품과 관련한 물가지수는 오히려 상승세가 확대됐다. 농축수산물은 4.8% 뛰어 1년여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돼지고기(9.4%), 국산 쇠고기(6.6%), 쌀(11%), 고등어(13.6%) 등 주요 품목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8월 통신요금 할인 효과를 제외할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 수준”이라며 “폭염에 따른 농산물 출하량 감소, 여름휴가 수요 증가, 소비쿠폰 지급 등 복합적 수요 요인이 먹거리 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5%, 신선식품지수도 2.1% 올라, 가계가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물가 압박은 여전한 상황이다. 반면 휴대전화료, 공공서비스 등의 일시적 인하 요인은 9월 이후 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 공급 확대, 유통 할인 행사 등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부진 우려에 당분간 쌀 등 주요 식품의 공급량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공식품 가격에 대해서도 업계와 협의하며 인상률 최소화 노력을 독려 중이다.

국제곡물가 및 기상이변, 국내 소비 진작 정책 등 다양한 리스크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데이터 기반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 내 통신요금 효과가 사라지고, 농축수산물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체감 물가와 핵심 소비재의 안정 여부가 하반기 경제 운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일시적 기술·공공서비스 물가 조정과 실제 생활물가 안정의 괴리가 정책과 IT 융합 방안 설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고, 데이터 기반의 맞춤 대응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