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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래 걷는 그 길”…안면도가 부르는 서해의 사계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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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래 걷는 그 길”…안면도가 부르는 서해의 사계절 여행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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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달라졌다. 빠른 소진이 아니라 오랜 머무름, 화려함보다 자연의 잔잔함을 찾는 이들이 많다. 서해의 섬, 안면도에서 그 변화를 더 선명히 마주한다.

 

안면도는 드라이브 하나만으로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다리로 연결된 접근성 덕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계절 내내 여행객들로 붐빈다. 그만큼 안면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지해수욕장은 오래도록 기억될 풍경을 선물한다. 물이 빠진 갯벌 위를 아이들이 맨발로 뛰노는 한낮, 그리고 저녁이 가까워지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붉은 노을을 지켜보려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여든다. 낯선 이들도 잠시 말을 멈추고 사진보다 마음으로 그 풍경을 남긴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자연 속에서 쉬고 싶다면 안면도 자연휴양림이 그 해답이 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된 소나무 단순림은 그 자체로 단아한 숲의 미학을 보여준다. 100년 가까운 시간을 품은 소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면, 도심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고요와 맑은 바람이 따라온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숨을 깊이 들이쉴 때, 숲 냄새와 함께 사소한 피로도 바람에 섞여 멀어진다.

 

조용한 섬마을에서 특별한 경험을 찾는 사람이라면 안면암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가 썰물로 잠시 물러나면, 떠 있던 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여우섬이나 조구널섬까지 걸어서 들어가 보는 순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 속 장면 같다. 불가의 고즈넉함과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이 어우러져 한동안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배가 출출할 땐 백사장항이 기다린다. 회 한 점을 입에 넣고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걷는 꽃게다리의 산책도 남다르다. 특히 가을에는 대하 축제가 열려, 신선한 해산물에 이끌려 전국 곳곳에서 미식가들이 찾아든다.

 

전문 여행 칼럼니스트 정지현 씨는 “안면도의 진짜 매력은 각자의 속도로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쁘게만 달려온 일상 속, 잠시 멈춰 서는 경험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고 느꼈다.

 

SNS에서는 저녁 하늘을 배경 삼아 찍은 해변 사진, 소나무 숲을 걸으며 남긴 짧은 메모들이 공유된다. “예전에는 바다에 오면 늘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는데, 이젠 그냥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반응도 이어진다.

 

작고 소소한 여정이지만, 안면도에서의 하루는 내 안에 머물던 먼지 같은 피로를 닦아내 준다. 서해의 섬 여행은 계절을 옮겨 다니며, 우리 삶의 풍경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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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꽃지해수욕장#안면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