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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 붉게 물들 때”…괴산고추축제서 만나는 진한 농촌의 매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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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 붉게 물들 때”…괴산고추축제서 만나는 진한 농촌의 매운 맛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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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와 붉게 물든 고추밭 사이로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 축제라면 번잡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괴산의 흙 내음과 손맛, 그리고 지역의 진심이 만나는 새로운 일상이 됐다. 오랜만에 농촌을 찾은 이들은 이제,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축제의 한가운데서 직접 즐기고 경험하는 주인공이 된다.

 

괴산고추축제 현장에서는 황금고추를 찾기 위해 아이와 어른 모두 들뜬 표정으로 밭을 누빈다. 고추비빔밥 시식대엔 진한 고추와 한 상 가득 쌓인 재료, 그리고 마을 주민이 정성껏 비빈 밥이 놓인다. SNS에는 고추밭 인증샷과 색색의 고추 수확 체험이 공유된다. 핫&쿨콘서트, 청소년들의 페스티벌 무대, 매운맛에 도전하는 ‘최강대전’ 이벤트도 연이어 펼쳐지며 남녀노소 모두의 감각을 깨우는 축제의 순간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황금고추 찾기부터 고추비빔밥 시식까지…‘괴산고추축제’ 충북 괴산에서 열린다
황금고추 찾기부터 고추비빔밥 시식까지…‘괴산고추축제’ 충북 괴산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됐고, 관광객 유입과 농특산물 거래 매출이 매년 상승세를 그려왔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대표 농특산물 축제로 견고한 입지를 다지며,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자부심과 연대가 함께 커졌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지역 먹거리 체험과 직접적인 참여가 어우러지는 축제는 그 본질이 각자의 일상과 특별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고추 경매와 농산물 마켓 같은 장터 프로그램은 도시와 농촌, 여행객과 주민들을 한 테이블에 앉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세계고추전시회, 고추품평회, 레드페퍼 버스킹 등 다채로운 전시는 농촌 문화의 활력을 그대로 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직접 고추를 따보니 고생 끝에 오는 매운맛이라 더 특별했다”, “고추비빔밥 한 숟가락이 왜 이리 든든하냐”는 유쾌한 고백이 이어진다. 많은 방문객이 “축제를 다녀오면 올해 가을의 냄새가 한동안 따라다닌다”고 표현했다. 단순한 체험 그 이상의 여운이 마음에 남는다.

 

충북 괴산의 축제는 단지 먹고 마시는 즐거움만이 아니다. 지역 농민의 꾸준함, 농작물의 자긍심, 손수 일군 땀이 밑거름 된 공간에서 일상과 특별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축제 한 구석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우리 삶의 리듬마저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올해 괴산고추축제 역시 그 한 자락의 추억이 돼, 아직은 낯선 농촌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우리 곁을 지킨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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