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만루포 작렬”…안현민, 두산전 홈런쇼→kt 위닝시리즈 견인
초여름 저녁,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는 한순간 숨죽인 정적과 폭발적인 환호가 교차했다. 방망이를 쥔 안현민이 집중의 끝에 일군 비거리 126.9미터 아치는 수천 관중의 시야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내야와 외야, 더그아웃 곳곳에 kt wiz의 이름과 새 희망이 함께 울려퍼진 밤이었다.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에서 kt wiz는 두산 베어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2-2로 대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kt는 시즌 28승 25패 3무, 흔들림 없는 4위 자리를 굳혔다.

시합은 초반부터 kt 타선의 응집력이 빛났다. 3회 2사 1, 2루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적시타로 문을 열었고, 4회에는 장진혁이 2타점 적시타로 점수차를 넓혔다. 이어지는 5회, 문상철의 희생플라이와 장진혁의 볼넷, 이어진 폭투로 kt가 6-1까지 리드를 가져갔다. 결정적인 고비는 2사 만루, 안현민이 두산 고효준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담장 너머로 보낸 순간이었다. 데뷔 첫 만루 홈런에 시즌 8호 홈런, 홈팬들 앞에서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장면이었다.
경기 후반에도 kt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안현민은 7회 1타점 적시타로 자신의 다섯 번째 타점을 더했고, 신예 조대현의 데뷔 첫 2루타도 이어졌다. 이날 kt 선발 오원석은 6이닝 1실점(7피안타)으로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개인 7승 2패라는 안정감을 쌓았다.
반면, 두산 선발 콜 어빈은 4와 3분의 2이닝 동안 7피안타 7실점(6자책)으로 흔들려 시즌 5패째를 떠안았다. 시즌 팀 순위도 22승 30패 3무, 9위에 머물렀다.
안현민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이 계속 기회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만루에서 집중하려 했다”고 진지한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승리에 가려진 kt의 근심도 분명했다. 3회 황재균은 도루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민혁도 몸 상태 불안으로 교체됐다. 이강철 감독은 “승리는 반갑지만, 선수들의 건강 상태는 더욱 신중히 살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팬들의 밝은 에너지가 넘실거린 오후, 그러나 그라운드를 떠난 뒤 남겨지는 건 승수만이 아니었다. 회복을 기다리는 부상 선수와 새로 떠오르는 젊은 힘이 공존하는 팀, kt wiz는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 원정에서 다시 한 번 승부의 리듬을 만들어낼 준비에 나선다. 야구가 묵묵히 재촉하는 여름의 어느 전환점, kt wiz는 안현민의 방망이와 함께 또 한 번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