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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매 주사, 재택 시대”…피하주사 승인 잇따라 산업 변화
IT/바이오

“암·치매 주사, 재택 시대”…피하주사 승인 잇따라 산업 변화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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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 자동주사기 등 신기술이 대형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에 속속 도입되며, 바이오·제약 산업의 투약 방식이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 재택 의료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맥주사만 가능했던 암, 알츠하이머 치료에 ‘자가 피하주사’ 제품이 잇따라 승인되며 의료현장 패러다임이 전환 중이다. 업계는 최근 FDA가 승인한 ‘레케비 아이클릭’ 피하주사를 글로벌 시장 대전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레케비 아이클릭은 에자이·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경증 단계 환자 치료제(성분명 레카네맙)의 정맥주사(IV) 버전을 피하주사(SC)로 바꾼 제품이다. 기존 제품은 환자가 2주마다 1시간가량 병원에서 주사 맞는 방식이었지만, SC 신제품은 집에서 주 1회 자동주사기로 15초면 투약이 끝난다. 피하주사 제형은 피하지방층에 직접 약품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정맥주사가 어려운 고령환자도 쉽고 빠르게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도 피하주사 확대가 본격화됐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 주사(펨브롤리주맙)의 피하주사형(SC)은 올해 FDA 승인 여부를 앞두고 있다. 기존 정맥주사 투약이 30분~2시간 소요됐던 반면, SC는 평균 2~3분, 환자 스스로도 투약 가능해진다. SC 제형에는 국내 바이오텍 알테오젠의 플랫폼·기술이 일부 접목됐다. 입원시간·의료비를 줄이고 의료진 부담까지 완화된다는 점에서 환자·병원의 실질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역시 지난해 SC 버전이 FDA 허가를 받았다. 기존 방식은 30~60분이 걸렸지만 SC는 7분에 불과해졌다. 국내에서 보험급여 적용 중인 유방암 복합치료제 ‘페스코’도 퍼제타와 허셉틴 성분을 한 번에 SC 주사로 맞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 치료시간이 90% 단축돼 외래진료 병목 해소, 인프라 최적화 효과가 주목된다.

 

글로벌 빅파마는 리브리반트, 옵디보 등 대형 항암제의 SC 제형을 유럽·미국에서 순차 승인받고 있다. 기존 5시간 투여가 필요하던 리브리반트는 SC로 5분 이내로, 옵디보SC(큐반티그)는 작년 12월 미국 승인을 마쳤다. 다이이찌산쿄 등은 ADC(항체-약물접합) 차세대 항암제의 SC 임상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피하주사가 의료정책, 병원 시스템, 환자 치료 접근방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주사 약물의 SC 전환은 단일기업 혁신을 넘어 바이오시밀러, 기술 플랫폼, 허가 전략 등 산업맵 변동을 이끌 전망이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재택의료·비대면 진료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편, 각국 규제기관은 자가주사 제품의 안전성, 부작용, 사용안내 기준 강화에 착수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도 SC 제형에 대한 허가와 급여 확대 여부가 시장 점유율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약 방법의 혁신이 환자 삶의 질과 병원 비용 구조를 동시에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 제도, 의료 현장 모두의 적응력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피하주사 기술 전환이 실제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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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케비아이클릭#키트루다sc#피하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