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마지막 아웃”…젠크스, 화이트삭스 우승 신화→위암 별세 비극
경쾌한 피날레가 어느새 고요함으로 바뀌었다. 불펜에서 내던지던 묵직한 공, 그리고 월드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영웅 바비 젠크스의 투구가 다시금 팬들 마음속에 되살아나고 있다. 함성과 열기 속에서 헹가래를 받던 그의 결연한 표정, 인생의 마지막 장을 고요히 맞이한 지금, 야구는 다시 한 번 이별을 배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6일,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상징, 바비 젠크스가 44세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젠크스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위암 투병 끝에 삶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가족들과 팬들은 SNS와 현장을 통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오른손 불펜 투수로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젠크스는 곧바로 화이트삭스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책임감 있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해, 1917년 이후 88년 만에 팀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2006시즌과 2007시즌에 각각 41세이브, 40세이브를 거둔 젠크스는 2007년 여름 14경기 연속 41타자 아웃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1972년 짐 바의 기록과 동률에 해당한다. 또한 올스타에 두 차례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장식했고, 선수 시절 내내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은 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잦은 이탈로 2011시즌 이후 유니폼을 벗었고, 메이저리그 통산 16승 20패 5홀드 173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썼으나, 끝내 건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화이트삭스의 제리 라인스도프 구단주는 “2005년 월드시리즈 4차전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젠크스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팬들 역시 “그의 투구는 우리의 자부심이었다”며 SNS와 경기장에 추모의 글을 이어가고 있다.
2024시즌을 치르는 화이트삭스는 젠크스를 위한 다양한 추모 행사와 함께, 남겨진 야구 팬과 선수들에게 영웅의 존재감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잔잔한 푸른 잔디 위, 젠크스의 투구는 이제 추억 속 그날 밤을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