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만성질환 신약 도입”…동화·코오롱, 근본 치료 패러다임 전환 예고
겨드랑이 다한증과 부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희귀·만성질환 치료 분야에 신약이 국내 도입된다. 기존에 증상 완화에 머물러 있던 치료 방식을 넘어, 질환의 근본적 원인을 겨냥하는 전문의약품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신약 도입을 ‘난치성 질환 치료전략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동화약품은 최근 땀 분비 신호를 직접 차단하는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제 ‘에크락겔(성분명 소프피로니움 브롬화물)’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은 별다른 원인 없이 겨드랑이 부위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땀이 분비되는 질환으로, 특히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주로 발병한다. 기존에는 모공을 막는 염화알루미늄수화물과 보툴리눔 톡신 주사 등 주요 치료법이 있었으나, 적용 범위와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은 통증, 사용연령(18세 이상), 중증 환자로 제한됐고, 외용제로 처방 가능한 옵션 부재로 환자 불편도 컸다.

에크락겔은 항콜린제 계열로, 땀샘에서의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차단해 땀의 분비 자체를 억제한다. 기존 외용제 대비 복합적인 작용 기전으로 13세 이상 소아부터 경증~중증 환자까지 사용 가능하며, 하루 한 번 겨드랑이에 도포하는 간편함이 장점이다. 트위스트 타입 용기로 1회 사용량 자동 계량 기능도 도입됐다. 일본 카켄제약이 개발한 약물로, 동화약품은 2023년 6월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다한증도 병원진료로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과 함께 시장 선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오롱제약은 세계 최초 부갑상선기능저하증 근본 치료제인 ‘요비패스’를 국내 도입한다. 덴마크 아센디스파마가 개발한 요비패스는 2023년 유럽, 2024년 미국·호주에서 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코오롱제약은 2028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한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은 부갑상선호르몬(PTH) 결핍으로 칼슘·인 대사 교란이 발생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국내 기존 치료는 칼슘제 및 활성비타민D 반복 복용에 의존했으나, 장기간 신장 부담 및 불완전한 증상 관리가 문제였다.
요비패스는 서방형 제제로 체내에서 24시간 동안 천천히 PTH를 방출해, 자연스러운 칼슘·인 대사 균형 복원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 보조 요법에서 벗어나 질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와 차별화된다. 코오롱제약 측은 “신장·뼈 건강 등 장기적 합병증까지 관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약 트렌드는 기존 증상 완화 중심에서, 분자·호르몬 등 질환의 근원 타깃을 정밀하게 공략하는 혁신 요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유럽 식품의약 인증기관에서 잇따라 허용되는 이유도 이 같은 치료 원리 혁신에 있다. 국내 의료현장의 치료 접근성 역시 해당 신약 도입으로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아울러 보험급여 및 약가, 장기 투여 환자의 안전성 평가 등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혁신 신약의 상용화 시점이 희귀·만성질환 치료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들 신약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