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오가노이드 혁신”…세브란스, 환자맞춤 신약효과 예측모델→정밀의료 진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연구진이 췌장암 환자의 특이적 유전 정보와 항암제 반응을 고도화된 3차원 오가노이드로 구현하며, 정밀의료 시대의 본격적 서막을 열고 있다. 바이오마커의 부재로 환자별 항암제 선택이 한계에 부딪혔던 췌장암 치료 현장에서, 이번 성과는 신약 평가와 치료 전략 수립에 한층 정밀한 예측 가능성을 제시한다. IT와 바이오의 융합적 혁신이 현장 임상으로 스며드는 전환기적 순간이기도 하다.
췌장암은 예후가 불량하고 5년 생존율이 채 10%에 못 미치는 암종으로, 환자의 대다수가 진단 시점부터 진행성 단계에 머무는 현실이다. 기존 바이오마커의 미비와 치료 반응 예측의 불확실성 탓에 항암제 선택 과정조차 의료진 경험에 의존해왔다. 오가노이드 기술을 접목한 이전 연구들은, 성장 인자 등의 장기적 노출로 인해 본래의 유전적 특성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거나, 단일 약제만으로 반응성을 예측하는 데 한정되는 등 예측력과 재현성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세브란스 연구팀의 성과는 10여 년간 축적된 환자 유래 췌장암 세포주를 바탕으로 하며, 성장 인자 없이도 안정적으로 배양할 플랫폼을 도입해 장기 배양에 따른 유전자 변형과 환경 오염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복합 항암제 조합을 직접 투여함에 있어 치료반응의 예측 결과가 실제 임상성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로써 환자 개개인 맞춤형 항암제 조합 선정은 물론, 신약 임상연구의 설계부터 비용·기간 단축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파급 효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방승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별 치료 반응을 객관적으로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정밀 맞춤 항암제가 현실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임가람 교수 역시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의 성공률 제고와 개발비용·시간 절감이라는 산업적 가치가 이번 성과가 가진 중요성”이라고 강조했다. 암 연구 글로벌 학술지 ‘몰레큘러 캔서’에 채택된 이 연구는, IT와 바이오의 교차점에서 정밀의료 혁신을 재확인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