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홀 맨손 분투”…맥스 호마, 캐디 없이 US오픈 예선→연장 탈락
새벽을 밀고 올라온 바람 아래, 맥스 호마는 묵직한 캐디백을 홀로 짊어진 채 조용히 코스를 걸었다. 도움의 손길 없이 홀마다 다시 고삐를 잡으며, 그는 38홀이라는 긴 싸움을 완주했다. 연장전이라는 마지막 고비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팬들의 시선은 그의 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3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킨세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 최종 예선에 맥스 호마가 캐디 없이 직접 출전했다. 36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예선전에서 호마는 5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6위로 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단 6장만이 주어진 본선 티켓은 연장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버디 퍼트로 승부를 냈던 캐머런 영이 최종 진출권을 거머쥐었고, 호마는 더 이상 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호마의 도전은 이례적이었다. 두 달 전 전속 캐디와 결별 이후, 캐디 없이 홀로 대회에 임한 첫 라운드였다.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마는 올해 13개 대회 중 5번 컷 탈락이라는 뼈아픈 기록을 남겼고, 한 차례도 톱10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호마는 “혼자만의 산책 같았다. 내면의 악마들과 싸워야 했지만, 오히려 평화로웠다”고 소감을 밝히며 담담히 마음을 추슬렀다.
같은 코스에서 리키 파울러 역시 연장전 끝에 US오픈 본선 진출권을 놓쳤다. 에릭 판루옌을 비롯한 여섯 명의 선수만이 올해 US오픈 그린을 밟게 됐다. 파드리그 해링턴, 맷 쿠처, 제이크 냅 등 내로라하는 실력자들 역시 고배를 마셨다.
관중석 곳곳에선 분투의 순간마다 호마를 향한 무언의 시선이 더해졌다. 오랜 부진, 캐디와의 결별, 고독한 싸움은 팬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더했다. 출전이 무산된 아쉬움을 뒤로한 호마는 “오랫동안 직접 백을 멘 적이 없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끝없는 라운드, 짙은 새벽의 바람을 머금은 채 홀로 걸어간 시간. 호마의 여정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PGA 투어의 다음 무대가 그를 부른다. 부침과 오르막, 그 모든 이야기는 다시 시작점에 선다. 맥스 호마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