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재결합 첫 무대”…갤러거 형제, 운명적 손길→전 세계가 숨죽인 날
영국 밴드 오아시스가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1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환희 속으로 물든 카디프의 여름 저녁, 갤러거 형제가 함께 선 무대에는 시간의 장막도 더 이상 의미 없었다. 형제의 첫 인사에 객석은 기쁨과 경이로 물들었고, 오랜 세월을 견뎌온 팬들의 눈빛엔 깊은 울림이 번졌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울려 퍼진 ‘헬로’와 ‘애퀴에스’는 잠시 잊혔던 전설을 한순간에 현실로 불러냈다. 갤러거 형제가 갈등의 시간을 뒤로하고 맞잡은 두 손, 그 짧은 장면은 세월을 맴돌던 아쉬움까지도 따스하게 감쌌다. 이어지는 ‘모닝글로리’, ‘롤 위드 잇’, ‘스탠드 바이 미’ 등 수많은 명곡마다 무대와 객석은 하나로 어우러졌다. 누구보다 진심 어린 노래로 현장을 이끈 리암 갤러거는 ‘시가렛 앤드 알코올’ 직전 “여러분 서로 사랑하세요”라며 공연장 가득 포옹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현장 밖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수백 명의 팬들이 레전드의 귀환을 함께 호흡하며, 일본과 아르헨티나 등 머나먼 나라에서 온 이들까지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오아시스를 불렀다. 세대를 건너 어엿한 어른이 된 팬들과 새롭게 가세한 젊은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오아시스는 단순한 밴드를 넘어 모두의 운동이자 시대의 상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카디프에서 출발한 ‘오아시스 라이브 25’ 투어는 맨체스터, 아일랜드, 미국, 멕시코, 일본, 호주, 브라질 그리고 오는 10월 한국까지 이어진다. 해체 이후 16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오아시스는 압도적 존재감과 무대 장악력으로 재결합의 순간을 온몸으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