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변수에 바뀐 무대”…고석현, UFC 데뷔전 바쿠로→엘리엇에 도전
조용했던 체육관에 등장한 고석현은 한층 단단해진 눈빛으로 케이지 위를 걸었다. 데이나 화이트 컨텐더 시리즈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UFC 무대를 노크한 파이터의 데뷔전은, 준비의 시간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렸다. 미국 비자 발급 지연이라는 현실은 그를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향하게 만들었다.
UFC는 29일 고석현이 다음달 22일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진행되는 ‘UFC 파이트 나이트: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에서 오반 엘리엇과 웰터급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당초 고석현은 6월 1일 미국에서 빌리 레이 고프를 상대로 데뷔전을 갖기로 했지만, 비자 문제로 인해 약 3주 일정이 미뤄졌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상대 역시 빌리 레이 고프에서 오반 엘리엇으로 교체됐다. 엘리엇도 최근 경기가 비자 이유로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두 선수 모두 예상치 못한 여정 위에 서게 됐다. 두 파이터는 같은 날,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각자의 데뷔전을 치르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번 웰터급 경기는 단순한 신구 대결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고석현은 태권도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와 끈기로 주목받고 있으며, 컨텐더 시리즈에서 보여준 투지는 이미 현지에서도 화제다. 상대 엘리엇은 최근 UFC 3연승을 달리며, 특유의 체력과 태권도 기반 공격을 무기로 돌풍을 예고한다.
고석현은 “엘리엇은 운영이 안정적이라, 진흙탕처럼 끈질긴 공방이 필요하다”며 자신만의 전술을 내비쳤다. “KO 승리를 목표로, 특히 3라운드쯤 타격에 집중하겠다”는 자신감도 덧붙였다. 오랜 준비 끝에 마주할 무대는 달라졌지만, 그의 의지는 오히려 또렷해졌다.
이번 대회에는 고석현이 친분을 쌓아온 박준용도 동반 출전한다. 동료와 함께 치르는 세계 무대 도전은 선수에게 특별한 동기이자 위안으로 다가온다. 박준용 역시 아제르바이잔에서 이스마일 나우르디예프와 맞붙는다.
고석현의 데뷔전 성공 여부에 따라 UFC 웰터급 내 입지와 아시아 파이터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란 평가도 뒤따른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상대와의 만남 속에서,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펼칠 한 순간을 기다린다.
시간을 견딘 손끝에 묻어난 온기 같은 한 경기가 이제 머지않았다. 케이지 안, 아제르바이잔의 밤. 고석현의 UFC 첫 장면은 오는 6월 22일 ‘UFC 파이트 나이트: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