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치사 스모킹 건”…박종부, 유가족의 침묵→터진 진실의 목격
한 젊은이의 이름이 시간의 벽을 넘어 사회적 경각심으로 깊게 각인됐다. 스무 해를 겨우 넘긴 박종철 군이 병원 침상에서 떠난 그 새벽, 아무도 알지 못했던 진실은 한 줄기 의심과 단서들 위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박종철을 둘러싼 긴 침묵과 더불어, 현장을 지켰던 형사들과 검안의, 그리고 유족과 기자가 남긴 증언은 슬픔과 분노, 절망을 오가며 진실로 조금씩 다가섰다.
감정을 감춘 채, 팬티 한 장만 걸친 박종철 군의 젖은 몸 위로 흘렀던 시간은 간단히 씻겨지지 않았다. 바닥에 고인 물, 섬세한 기록으로 남겨진 검안의 소견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에 한 겹 더 아픔을 입혔다. 하지만 바로 그 한 줄, 무심한 듯 남겨진 검안의 기록이 역사에 깊은 흔적을 새겼다. 명확한 사실,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와 뇌출혈, 그리고 폐에 남은 결정적 단서가 드러나면서 꺼져가던 진실의 불씨는 다시 피어올랐다.

방송에서 박종철의 친형 박종부가 직접 나선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은 먹먹함과 참담함 사이를 오갔다. 유가족의 입장과 당시의 현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마저 천천히 풀려나갔다. 한편, 검안의 오연상 전문의는 미세한 증거조차 놓치지 않은 법의학자의 소임을 진중하게 전했다. 연이어 신성호 전 기자가 현장의 진실을 직접 목격한 이로서 당시의 어둠을 고스란히 증언하며,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도 경각심을 안겼다.
이지혜는 유족이 견뎌야 했을 슬픔에 대해 깊은 공감의 메시지를 남겼고, 안현모 역시 ‘진실을 말한 한 사람의 용기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는 감동을 덧붙였다. 진실을 향한 길목의 각각의 증언이 숙연함과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결국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6.10 항쟁을 촉발하며 시대를 일깨운 각성의 역사가 됐다.
단 한 순간의 의심, 한 사람의 증언이 긴 침묵 끝에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한 역사적 사건. 당시 남겨진 기록과 목소리는 한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질문을 남긴다. 이 이야기의 기록과 의미는 6월 10일 화요일 밤 9시 45분 스모킹 건을 통해 다시 깊게 되새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