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게임 역전 드라마”…안재현, 도하의 환호→장우진·신유빈 아쉬운 탈락
도하의 밤, 안재현의 마지막 한 점에 루사일 스포츠아레나가 숨을 죽였다. 팽팽했던 풀게임 접전. 마침내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순간, 한국 남자탁구의 새 희망이 확인됐다. 팬들의 야속한 한숨과 뜨거운 박수가 교차한 자리였다.
2025 국제탁구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은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졌다. 안재현이 맞선 상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펠릭스 르브렁, 첫 게임부터 듀스 승부의 긴장감이 가득했다. 경기 초반 10-12로 뒤졌던 안재현은, 이내 2·3게임을 연달아 챙기며 공기의 흐름을 바꿨다. 점수판은 두 선수의 엎치락뒤치락에 따라 긴 휘파람을 남겼고, 마지막 7게임까지 내몰린 승부는 한 점, 한 점이 역사가 됐다.

안재현은 특유의 회전 서브와 과감한 드라이브로 분위기를 장악하며 최종 게임을 11-9로 마무리했다. 역전에 성공한 그는 8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다음 상대는 세계랭킹 3위 우고 칼데라노. 준결승권 문턱의 고비 앞에서, 안재현의 깃든 투지만큼이나 메달 전망에도 기대가 실린다.
반면, 남녀 대표 간판의 아쉬움도 드러났다. 장우진은 스웨덴의 투룰스 뫼레고르와 마지막까지 주고받는 공방 끝에 3-4로 석패했다. 특히 7게임에서 6-2까지 앞섰지만 연이어 5점을 내주며, 듀스 끝에 12-14로 고개를 숙였다. 신유빈 또한 세계 1위 쑨잉사를 상대로 선전했으나 2-4로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신유빈은 임종훈과의 혼합복식, 유한나와의 여자복식에서 각각 준결승에 올라 동메달 두 개를 확보했다. 또한, 여자복식 이은혜-김나영 조가 일본 듀오에게 패하며 준결승 진출엔 실패했다. 승리의 환희와 아쉬움이 엇갈린 하루. 총체적으로 한국 탁구는 남은 복식 종목을 통해 추가 메달을 겨냥한다.
긴장과 감동이 이어지는 도하의 밤. 안재현의 손끝에서 시작된 역전의 서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탁구공처럼 굴곡진 파도가 일렁인다. 8강에서 펼쳐질 새로운 경기는 세계의 벽을 다시 두드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 주요 경기는 현지시간 기준 5월 24일 밤, 카타르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