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누리호 쏜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첫 민관 협업 발사로 우주산업 전환 신호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된 누리호 4호기가 5월 27일 새벽 1시 4분, 첫 야간 발사에 나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책임 제작한 이번 발사는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산업이 민관 협력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읽힌다. 이번 발사의 주역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오로라와 대기광 등 아주 미세한 빛을 관측하기 위해, 태양광이 거의 없는 '깊은 밤'에만 발사가 가능하다. 우주 산업계는 이번 시도에 글로벌 수준의 연구 기술력과 다양한 신생기업의 실험적 도전이 결합돼 민간 우주 생태계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 기대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4차 발사의 핵심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자기권 플라즈마, 오로라, 대기광 등을 측정한다고 밝혔다. 오로라 및 대기광은 태양빛이 강한 시간에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위성은 항상 일정한 태양 조건에서 지구를 조사할 수 있는 태양동기궤도에 들어선다. 이 궤도 진입에는 발사 장소별로 하루 중 단 한 번의 '창'만이 주어지며, 우주센터에서 목표 궤도까지 위성 분리 과정을 역산해 새벽 1시 4분이 최적 시간으로 산출됐다. 야간 발사는 국산 발사체 사상 첫 시도로, 항우연은 밤 시간대 발사체 점검·운용, 통신·안전 시스템 등 전 절차를 새벽에 맞춰 새로 구축했다. 기상, 로켓 성능, 우주 쓰레기 충돌 가능성, 외국 영공 통과 제한까지 복합 요소가 동시 고려됐다.

누리호 4호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첫 국산 발사체라는 점에서 산업적 의의가 크다. 항우연이 발사운용을 맡고 민간기업은 제작부터 조립, 부품 업체 관리까지 총괄하며, 향후 민간의 역할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기술 사양 자체는 3차 발사와 유사하지만, 탑재체가 3차 8기에서 4차 13기로 대폭 늘어나 무게도 종전 500kg에서 약 960kg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차중 3호는 단일 위성만 516kg에 이른다.
특히 이번 발사에서는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이 추진한 12기 큐브위성이 추가돼 스타트업 혁신 실증의 장이 마련된다. 스페이스린텍은 세계 최초의 위성 단백질 결정성장 실험을, 우주로테크는 국내 첫 위성 폐기 미션을 맡는다. 코스믹, 쿼터니언, 코스모웍스 등은 위성 항법, 해양쓰레기 관측, 지구관측 등 분야에 신기술을 실험한다. 통신, 전력 절감, 추진 등 위성 기술과 6G, IoT 등 통신 혁신 실증도 동시 진행된다.
글로벌 우주시장에선 이미 민간 기업의 발사체 사업 진출이 확대 중이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뉴스페이스' 흐름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 국내의 이번 4차 발사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본격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체계종합기업이 독자 발사체를 제작-운용하며 확보하는 기술력은 향후 우주 발사 서비스를 정부, 민간이 공동 주도하는 체계 전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편, 새벽 시간 정밀 발사가 상용 우주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출지, 민간 주도의 기술 고도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려 '우주발사 K-밸류체인' 구축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노력이 시장에 안착할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