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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지하 노동의 참상 소환”…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그날→도심의 두 얼굴 뒤 질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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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지하 노동의 참상 소환”…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그날→도심의 두 얼굴 뒤 질문 커진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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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햇살이 흐르는 도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바로 그 아래 감춰진 현실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방송 ‘PD수첩’이 치밀하게 추적한 폐기물처리시설의 지하는 오롯이 노동자들의 숨소리, 고통, 그리고 반복되는 침묵의 기록으로 채워졌다. 소음과 악취의 벽, 투명하게 치장된 도시의 표면과 달리 사회는 노동의 실상을 끊임없이 외면해 왔다.

 

지난해 5월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의 지하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는 순간의 불꽃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화염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민성(가명)은 여전히 온몸을 두르고, 화상의 후유증으로 일상조차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영호(가명) 또한 치료와 회복의 시간마저 고통으로 얼룩진 채, 밤마다 수면제에 의지해 겨우 시간을 견딘다. 사고 이후에도 시설의 문은 더욱 굳게 닫혔다. 책임진다는 말은 자취를 감추고, 생존자와 지역 주민만이 괴로운 악취와 소음 속에서 하루하루를 고발할 뿐이었다.

“지하에 가려진 노동의 현실”…‘PD수첩’ 폐기물처리시설 사고, 노동 불안→사회적 질문 던지다 / MBC
“지하에 가려진 노동의 현실”…‘PD수첩’ 폐기물처리시설 사고, 노동 불안→사회적 질문 던지다 / MBC

깨끗한 공원 이미지로 꾸며진 하남시의 복합 환경기초시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상에선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오가고 있지만, 지하의 문이 열릴 때마다 어둡고 날카로운 기계음과 기준치를 훌쩍 넘은 악취가 도시의 이중성을 드러냈다. 견학로에는 겉치레만 가득하지만, 현실로 들어서는 통로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뿌리 깊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고, 그 이면엔 ‘노동은 지하로, 이미지는 지상으로’라는 역설적 진실이 남았다.

 

동대문 환경자원센터에선 대형 화재 이후 1년 넘게 폐허로 방치된 흔적이 남아 있다. 이미 화재 전에도 안전 관리 허술 문제는 연이어 터졌다. 지역 공사는 결국 파산했고, 지자체가 내놓은 대책은 ‘지하화’라는 모호한 단어뿐이었다. 현장 노동자의 마지막 외침, “우리 이야기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깊이 메아리친다. 누구를 위한 미화인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되묻는 목소리가 도심 곳곳에서 퍼졌다.

 

도시는 화려했지만, 그 이면엔 희생과 반복된 무관심에 스며든 상흔이 남아 있었다. ‘PD수첩’이 그려낸 폐기물처리시설의 민낯은, 결국 노동자들의 삶과 시민의 안녕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일깨운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묻는다. 지하에 내려앉은 고통과 상실을, 과연 우리는 온전히 보고 있는가.

 

폐기물처리시설을 둘러싼 인간의 삶, 그리고 사회의 책임을 파고드는 ‘PD수첩’은 9월 2일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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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전주리싸이클링타운#폐기물처리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