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식히는 AI 엔진룸”…KT클라우드, 국내 첫 액체냉각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리퀴드 쿨링) 기술이 본격적인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KT클라우드가 국내 최초로 상업용 AI 데이터센터에 액체 냉각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규모 AI 연산 환경의 운영효율과 인프라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AI 인프라 혁신 경쟁의 본격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서울 가산지구에 ‘KT클라우드 가산 AI 데이터센터’를 공식 개소하고, 국내 첫 상업용 액체 냉각 기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센터는 약 1만1046평 연면적, 40메가와트(MW) 수전 용량, 26MW IT 전용 용량 등 대형 인프라에 고밀도 GPU 기반 AI 서버, AI 특화 네트워크를 집약했다. 특히 GPU 칩에 직접 콜드 플레이트를 부착해 냉수를 순환시키는 ‘D2C(Direct to Chip)’ 방식의 첨단 액체 냉각 기술을 자체 개발·적용해 운영 안정성과 발열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를 위해 KT클라우드는 자사 특허 3건을 신규 출원했고, B200 등 고성능 GPU와 ‘리퀴드 쿨링 부하기’ 등 자체 성능 검증 시스템을 갖췄다.

액체 냉각 방식은 기존의 공기 냉각 중심 데이터센터 구조 대비 압도적 열효율을 제공한다. CPU 중심 IT 시설은 랙당 2~12kW 정도의 저발열 설계가 일반적이었으나, AI 데이터센터는 GPU 기반 초고성능 연산 특성상 랙당 전력 밀도가 20~30kW 이상으로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공기 순환만으로는 발열 제어가 한계에 다다르며, 냉매를 직접 칩에 접촉시키는 리퀴드 쿨링 기술이 고도로 요구된다. 이번 센터는 추가로 센터 간 100기가(G)급 초고속 네트워크, 이중화 전력·통신 구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AI 모델 학습 요구에 대응한다.
KT클라우드는 이 데이터센터를 전면 통합형 ‘턴키형 AI 인프라’ 서비스로 확대한다. ‘콜로닷AI(Colo.AI)’는 GPU 서버·스토리지·AI 운영 플랫폼·유지보수·전용 네트워크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고객은 자체 인프라 구축 없이 월 단위 구독으로 AI 도입 초기 투자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 비즈니스가 저장·전달 중심의 ‘창고’였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초고성능 연산·네트워크 중심의 ‘엔진룸’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운영 효율성 또한 AI화·자동화가 체계적으로 반영됐다. ‘자동화 운영 플랫폼(DIMS)’은 AI 기반의 장애 예측·이상 자동분류로 운영 품질을 강화하고, ‘패스파인더(Path Finder)’ 시스템은 전력 계통을 24시간 실시간 감시해 이상 시 자동 차단 및 복구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같은 자체 개발 솔루션들은 이미 특허를 획득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산업에서도 액체 냉각과 AI 특화 하드웨어의 조합은 미래 인프라 표준으로 부상 중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 IT 대기업들이 자체 액체냉각·AI 슈퍼컴 데이터센터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KT클라우드가 상업용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첫 모델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및 정책측면에서는 대용량 전력 인프라 확보, 에너지 효율 기준, 통신망 인증 등 허가 체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 발전에 맞춘 데이터센터 에너지 규제, 전력절감 인센티브, 에너지 절감 친환경 인증 도입 논의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도권 AI 수요 폭증과 초거대AI 모델 확산에 맞춰 데이터센터의 고전력·고밀도 운용혁신과 지속가능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가산 AI 데이터센터가 국내 AI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500MW 이상 인프라 확보 계획도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서비스가 실제로 AI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인프라·산업 구조 혁신이 뒷받침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