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현, 20년 배우 인생의 빛과 그림자”…눈빛에 담긴 순간→시네마 천국으로 번진 울림
고요한 스튜디오에 들어선 지승현의 따듯한 미소에서 출발한 시간 여행은, 배우의 지난 20년을 관통한 빛과 그림자로 이어졌다. ‘인생이 영화’에서 지승현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든 주요 장면들을 차분히 회상하며, 무명 시절의 간절함과 무대 뒤에서 쌓아온 열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영상 속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하게 마음을 두드렸고, 찬란했던 순간부터 아직 완결되지 않은 여정을 담담하게 전했다.
지승현은 영화 ‘바람’의 일진 캐릭터로 강렬한 출발을 알렸던 그날을 회상했다. 스포츠신문 1면에 실릴 만큼 화제를 모았던 기억, 그리고 “장난 같나!”라는 대사로 촬영 현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되살렸다. 또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북한군 안정준 역할로 ‘북시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밀한 표정 연기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의 ‘찌질한 남편’ 연기는 현실감을 살린 캐릭터로,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실제로 팬들의 몰입은 “식당에서 반찬을 덜 받았다”, “주유소에서 왜 그랬냐는 질문을 들었다”는 일화로 이어져 배우로서의 진폭을 실감케 했다.

무엇보다 ‘고려 거란 전쟁’ 속 양규 장군을 맡으면서, 지승현은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평론가 라이너는 “서서 죽음을 맞은 장면에 최고의 예우가 담겼다”고 극찬을 보냈으며, 라이너와 거의없다는 “첫마디부터 몰입하게 만드는 목소리”라며 지승현 특유의 저음을 짚었다. 이름보다 존재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남겨질 순간들이 방송 내내 울림을 자아냈다.
데뷔 이후 허탈과 아픔이 교차한 무명 시절, 지승현은 연기에 대한 성실한 집착으로 자신을 버티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장 공기와 대본을 마주하는 그 순간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는 고백을 남겼다. 이와 더불어 인생 영화로 고른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에 대해 “영화는 모든 예술의 집합이자, 시네마 천국은 영화의,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매혹”이라며 작품이 가진 힘을 전했다.
지승현이 들려준 무대 뒤의 인간적인 순간,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지나온 이야기는 찬란한 빛 사이로 쓸쓸함과 희망을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다양한 명장면이 어우러진 지승현의 인생사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30분 KBS 1TV ‘인생이 영화’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