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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1.42% 상승”…캐나다 산불·중동 불안, 국제유가 이틀째 고조로 변동성 확대
경제

“WTI 1.42% 상승”…캐나다 산불·중동 불안, 국제유가 이틀째 고조로 변동성 확대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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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열기 아래, 국제유가가 연이은 상승 흐름을 기록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에 묵직한 긴장감을 드리웠다. 산불과 전쟁, 협상과 제재의 반복 속에서, 유가의 곡선은 예측의 경계를 넘어 예민하게 출렁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0.89달러, 1.42% 오른 배럴당 6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3일 이래 최고치로, 에너지 시장의 불안 심리가 깊게 반영된 결과다. 이와 함께 브렌트유 8월물도 1.00달러, 1.55% 뛴 65.63달러로 한 달 만에 최고가를 새겼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유전 전경 /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유전 전경 / 연합뉴스

유가 급등의 첫 번째 원인은 북미 대륙의 심장부에서 불어온 산불 때문이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하루 약 35만 배럴의 중질유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 OPEC+가 최근 밝힌 하루 41만1천 배럴 증산 규모와 거의 맞먹는 수치다. 결국 산불로 인한 생산 차질이 증산 효과를 상쇄하며, 세계 원유 수급 균형에 예상치 못한 균열을 남겼다.

 

여기에 중동에서 피어오르는 지정학적 위기의 불씨가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 금지를 강하게 고수하며, 이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는 국제 사회에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분쟁 또한 잠잠해질 줄 모른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 내 공군기지와 크림반도 연결 교량을 잇따라 공격하며, 군사적 긴장의 실체를 국제 시장에 새겨넣었다. 이른바 '리스크 프리미엄'이 국제유가에 재차 반영되며, 투자자들은 한층 더 예민한 발걸음으로 시장을 관망하게 됐다.

 

오닉스캐피털의 해리 칠링기리언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산과 더불어, 미국과 이란 사이 핵 협상 교착이 유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산불로 인한 공급 차질보다, 중동 핵 협상의 향방이 유가 변동성의 촛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유가 반등은 공급의 균형이 산불 한 줄기에 흔들리고, 지정학적 갈등 하나에 출렁일 만큼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는 신호다. 에너지와 정제, 수송 및 항공 등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소비자 체감물가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 

 

국제유가의 앞날은 중동 정세, 캐나다 산불의 피해 확산, 그리고 OPEC+의 추가 대응에 따라 거센 파도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복잡해진 변수의 경로 속에서, 에너지 수요자와 기업들은 유가의 다음 박동에 귀를 기울이며, 한층 단단한 대비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일상적인 안정을 기대하기보다 불확실성에 내재된 흐름을 읽으며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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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wti#캐나다산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