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3루타 폭발”…이정후, 콜로라도전 맹타→팀 극적 역전승 견인
첫 타석, 시원한 스윙과 함께 묵직한 타구가 밤하늘을 갈랐다. 허리 통증을 딛고 돌아온 이정후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쿠어스필드의 뜨거운 환호 속,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왜 기대받는 선수인지를 증명했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는 11일 미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이정후는 5타수 1안타 2득점으로 시즌 타율 0.274를 기록했다. 오랜만의 복귀전이었지만 흔들림 없는 방망이로 팀의 선봉에 섰다.

이정후는 지난 애틀랜타전 선발 이후 허리 통증으로 멈칫했으나, 3경기 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 초반, 1회 첫 타석에서 콜로라도 선발 카슨 팜키스트의 6구째를 노려 415피트의 시원한 3루타를 때려냈다. 이 타구는 시즌 내 MLB 구장 대부분에서 홈런으로 기록될 만큼 힘이 실려 있었으나, 쿠어스필드는 3루타로 남았다. 이정후는 후속 아다메스의 희생플라이에 맞춰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그 순간만큼은 관중석의 모든 시선이 그의 발걸음을 좇았다.
이후 이정후는 투수의 견제에 막혀 추가 안타를 만들지 못했다. 3회 삼진, 4회 3루수 플라이, 7회 투수 땅볼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9회, 팀이 3-5로 뒤진 채 맞은 마지막 공격에서 이정후는 무사 1,2루에서 3루수 땅볼로 출루해 경기를 뒤집는 도화선이 됐다. 볼넷과 희생플라이, 내야안타로 이어진 기회에서 이정후는 중요한 동점 득점도 책임졌다.
순식간에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응집력을 발휘하며 9회에만 4점을 추가했다. 마이크 여스트렘스키의 적시타가 역전을 알렸고, 벤치와 팬들의 환호가 구장을 가득 메웠다. 최종 점수는 6-5. 샌프란시스코는 콜로라도와의 원정길에서 값진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이정후는 "팀이 좋은 분위기로 다시 달릴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며 팀 동료, 팬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현지 팬들은 SNS를 통해 “이정후의 복귀가 역전승의 시작이었다”며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순위 싸움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콜로라도 원정 3연전을 마친 뒤, 14일부터 라이벌 LA 다저스를 상대하며 치열한 시리즈에 접어든다.
언제나처럼 경기는 익숙한 아침의 공기처럼 다가와, 선수들의 몸짓과 팬들의 환한 얼굴로 채워졌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하루 속, 묵묵히 그라운드를 지키는 이정후의 발자국에는 포기하지 않는 야구 인생이 담겨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음 여정은 6월 14일부터 LA 다저스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