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약품 수입 규제 논의”…한국 제약·바이오업계, 시장 제외 요구→국제 공급망 영향 촉각
국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무게추가 미묘하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의약품 및 원료의 대외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본격화하며, 전 세계 공급망의 결에 결정적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한국제약바이오 업계도 즉각 대응책을 내놓으며, 미·중·유럽의 규제 방향이 향후 글로벌 시장의 균형을 재정의할 분기점에 더욱 주목이 모아졌다.
2024년 5월 미국 상무부는 이른바 ‘섹션 232’로 통칭되는 국가안보 평가 절차에 따라, 의약품 및 주요 원료의 수입이 미국의 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공개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전체 의견은 966건, 이 중 311건이 대외에 공개되었으며, 한국 정부 및 바이오 산업계,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논의의 지평이 세계 전역으로 확장됐다. 한국 측에서는 정부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SK팜테코 등 대표기업이 자국 의약품이 관세 등 수입 규제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전달했다.

각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의약품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역설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내 약가 인하 및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유의미하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체 고객의 약 절반이 미국 기업임을 언급하고, 위탁생산 방식의 협력이 현지 환자 치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GC녹십자 또한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양국 간 혈장 및 완제품 이동이 일어나는 구조를 부각했다. SK팜테코는 미국 동맹국에서 수입된 원재료·완제품에까지 단계적 혹은 예외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무역확장법 232조에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하고 있다며, 의약품 및 원료가 실제로는 미국 안보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 내 의약품 원료의 80% 이상이 해외에 의존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구체화했으며, 공급망 재편이 오히려 자국 의료체계에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 규범에 따라 조사의 중단을 요구하는 등, 미·중 간 제약 공급망 경색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다층적 논의 속에서, 화이자, 암젠, 사노피 등 글로벌 거대 제약기업과 일본, 유럽 주요 기업들까지 의견을 제출하며 국제 의약품 유통망의 지속성, 환자 권익, 산업 안보라는 다양한 변수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도화된 제조 환경과 미국 환자에 대한 사회적 기여도를 근거로, 동맹국이자 주요 협력자로서의 지위가 향후 ‘예외국’ 지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미 행정부의 최종 판단이 글로벌 바이오 제조 및 유통 구조 재편에 전략적 변곡점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