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 석패에 무너진 자존심”…삼성, 여름 불펜 붕괴→최다 역전패 굴욕
6월 한여름, 삼성라이온즈의 더그아웃에는 무거운 침묵이 번졌다. 전반기 내내 이어진 뒷심 부족과 6경기째 반복된 역전패는 선수단의 어깨를 짓눌렀다. 불펜 투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팬들의 환호 대신 깊은 한숨이 가을 레이스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었다.
삼성은 최근 18경기에서 7승 11패, 승률 0.389로 9위에 머물렀다. 시즌 초반 5위를 지켰던 순위도 7위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6월 15일 이후 무려 6번이나 역전패를 당하며, 올 시즌 이 부문 최다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5회까지 앞서던 8경기에서 4승에 그쳐 승률 0.500을 기록하는 등 안정감 있는 마무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숫자도 삼성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팀 평균자책점은 5.31,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6.93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타선이 선취점과 리드를 올려도 불펜이 이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불펜진의 중심을 이뤄온 백정현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김재윤, 오승환, 김태훈까지 흔들리며, 근래 삼성의 약화된 뒷문이 여름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상징하고 있다.
기록을 더듬으면 여름철 부진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승률이 0.489에 그쳤고, 2023년에는 동기간 0.405, 시즌 전체 승률도 0.427에 머물렀다. 2022년 여름에는 0.325라는 낮은 승률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과거 대구 시민구장의 무더운 환경을 활용해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0.700, 0.659라는 높은 여름 승률을 자랑했지만, 신축 구장으로 이전한 이후 홈런이 잘 나오는 구조와 쾌적한 환경 속에 이러한 이점이 사라졌다.
삼성 불펜은 여름만 되면 특유의 직구 구위와 경험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후반마다 마운드가 무너지는 광경은 올 시즌 정규리그 판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 중이다.
그러나 삼성에게 올스타 휴식기는 다시 한번 숨을 고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10일 경기 이후 6일간의 휴식이 주어지며, 부상에서 회복 중인 백정현도 곧 후반기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5연패 후 3연승을 올렸던 삼성은 이번 휴식기를 계기로 불펜이 새로운 힘을 찾고, 순위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장에 남은 팬들은 서툰 숨을 내쉬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름마다 반복된 아픔과 기다림이 쌓이는 역사의 순간, 삼성라이온즈는 다시 한번 변화의 분기점을 마주하고 있다. KBO리그의 뜨거운 여름, 그 뒷이야기는 7월 올스타 휴식기 이후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