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라가르드, WEF 의장직 논의에 2027년 전 퇴진설…유럽 금융 불안감 확산”→차기 리더십 향방에 세계 증시 촉각
유럽의 회색 하늘 아래, 프랑크푸르트의 금융가 중심에서 잔잔히 퍼지던 긴장감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7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기 퇴임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증폭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세계경제포럼은 각국의 정치·경제 권력이 교차하며 매년 전 세계적 의제를 논하는 핵심 무대다. 최근 연 매출 4억4천만 스위스프랑에 달하는 이 다보스포럼은 수장 교체 소식 하나로도 금융 네트워크 전체에 진동을 일으킨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슈밥 전 WEF 의장이 퇴진한 자리를 두고 라가르드 총재의 스위스 거처 마련, 임기 단축 시나리오 등이 실제 논의된 정황이 발견됐다.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2%)에 도달할 시점에 맞춰 10개월가량 앞서 직을 내려놓고, WEF로 이동하는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다보스포럼은 최근 직장 내 성희롱·인종차별 논란 및 슈밥 전 의장의 이사회 해임 등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내부 고발로 드러난 부적절한 금전 혜택과 가족 동반 특혜 의혹에 WEF 이사회는 공식 해임 결정을 내렸으나, 슈밥은 모든 죄를 부정했다. 이런 파행적 리더십 교체 국면에서 라가르드의 영입 시나리오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ECB 내부에서는 라가르드 총재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이후에만 WEF 수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진술이 흘러나왔다. 변동하는 물가 사이에서 통화정책 안정성을 보장한 이후에 퇴진하겠다는 다짐이, 그만큼 유럽 금융권에 다가올 변화의 파고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실상 내년 중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ECB 대변인은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완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금융의 굵직한 무대를 거쳐 2019년 ECB 최초의 여성 총재로 등극했다. 다보스포럼 이사회 위원으로도 오랜 기간 활동하며, 글로벌 경제 논의의 최전선에 서 왔다.
그렇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조기 퇴진이 유로존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연속성, 그리고 투자자 심리에 거센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변곡점에 선 유럽 각국은, WEF 리더십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에 어떤 여운을 남길지 묵직한 시선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ECB는 통화정책 정상화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시점을 날카롭게 관찰 중이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라가르드 총재의 거취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의장직을 둘러싼 잡음과 기대, 그리고 유럽 통화기반의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지금, 유럽의 미래 경제지형도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