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담금질”…오상욱, 박태영 꺾고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2025시즌 복귀 시동
왼손 검을 가다듬던 오상욱의 몸짓에는 긴장과 열정이 짙게 얽혀 있었다. 결승전에서 경기장은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득점이 오갈 때마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마지막 한 점이 들어가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오상욱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펜싱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2025 국가대표 선수 선발대회 남자 사브르 결승이 31일 전북 익산체육관에서 열렸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은 결승에서 박태영(화성시청)과 마주해 15-11로 승리를 만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선발전은 2025-2026시즌 국가대표팀을 겨냥한 중요한 점검 무대라는 점에서 선수들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오상욱은 지난 시즌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펜싱 역사상 첫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대표팀을 잠시 떠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지만, 개인적으로 국제 대회 무대에 꾸준히 나서며 실전 감각을 유지해 왔다.
그 과정에서 오상욱은 8강에서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8로 제압했다. 준결승전에서는 또 다른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구본길(부산광역시청)을 15-5로 완파하며, 변함없는 강자를 증명했다. 복귀를 위한 집중적인 준비와 매서운 경기 운영이 돋보인 이번 선발전에서 그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경기 직후 오상욱은 “이런 대회를 통해 다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내년 시즌을 향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지와 각오 속에 치러진 한 판, 펜싱장을 찾은 팬들 역시 그에게 믿음의 박수를 보냈다.
한편, 여자 사브르 부문에서는 김정미(안산시청)가 정상에 올랐다. 김정미는 준결승전에서 지난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결승에서 자신을 꺾었던 전하영(서울특별시청)과 다시 만나 15-11로 설욕에 성공했다. 최지영(익산시청)은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해 2위를 기록했다.
남녀 사브르 모두 차기 시즌 국가대표팀 구성을 위한 결정적 시험대가 된 이번 선발전은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의 신호탄이었다. 한국 펜싱은 이 무대를 바탕으로 2025시즌 세계무대 재도약의 토대를 다지는 값진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하나의 경기장, 무겁게 가라앉은 숨결, 그리고 검 끝에서 엇갈린 희비. 펜싱의 세계는 여전히 치열하고 생생했다. 다가올 평가전과 공식 선발 과정을 앞두고, 오상욱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의 분투는 한국 체육계에 또 다른 기대를 심어줬다. 이 새로운 기록의 서사는 2025년 시즌에 걸쳐, 팬들과 함께 다시 한번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