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표준화 전쟁”…K컨소시엄, 글로벌 선도 가속
차세대 신약개발 터닝포인트로 부상한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기술이 글로벌 표준화를 둘러싼 격전지로 떠올랐다.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이 연평균 22% 이상 고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동물실험 폐지와 새로운 규제안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이번 흐름을 ‘동물대체시험법 국제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인식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 재조합해 만든 인체 조직 유사체다. 실제 장기 구조와 기능을 체외에서 정밀하게 구현해 신약 전임상 단계에서 환자 유사성을 최대 85%까지 높였다. 기존 전임상 성공률이 5~15%에 그치고, 신약 개발에 15년·4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실험은 개발 기간을 최대 50% 단축, 비용은 70% 절감하는 해법으로 각광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은 오가노이드 시장이 지난해 156억 달러에서 2029년 422억 달러까지 성장, 특히 아태지역이 연 23~29%로 세계 최고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오가노이드 시장도 연 26% 이상 성장하면서 2030년 고속 팽창이 예고됐다.
기술 상용화와 함께 규제 역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동물실험 대체 기술에 대한 국제 신뢰 기준이 부재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4월 단일클론항체 등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을 폐지, 국립보건원(NIH)은 동물실험 연구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NAMs(동물실험 대체·감소·개선 기반 접근법) 중심의 규제전환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일본은 2007년부터 3Rs 원칙을 도입해 규제 선진화에 힘써왔다.
이런 변화 속 국내에선 산·학·관이 참여하는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출범, 글로벌 표준화와 규제 대응을 본격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부터 동물대체시험법 검증 추진, 최근에는 오가노이드 시험법의 OECD 등재와 국제 표준화를 위한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술 표준화 로드맵 수립 및 정책 제안서 마련도 추진된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최근 식약처가 지원한 피부 자극 대체 시험법이 OECD 국제 가이드라인 채택 과제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며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법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으나, 국제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만큼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첫 대규모 민관 협업체를 통한 국제 표준 선점 움직임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향후 동물대체 기반 정밀의료와 신약개발 시장에서 오가노이드 기술의 상용화가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