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700만원, 20년의 행운”…연금복권이 만든 ‘월급 받는 삶’의 소망
요즘 다시 복권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한 달에 700만원, 20년 연금처럼 꼬박꼬박”이라는 광고 카피에 마음이 흔들린다. 복권은 한때 꿈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일상의 작은 설렘이기도 하다.
11월 6일 공개된 연금복권 720 288회 당첨결과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1등 번호는 5조 112703. 2명의 당첨자가 월 700만원씩 20년간, 세금을 제하고 실수령 546만원을 매달 받게 됐다. “내가 받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평범했던 하루가 이 소식으로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며 소셜미디어에는 ‘복권 인증샷’과 ‘당첨 기원’ 해시태그가 이어졌다. 2등 8명, 보너스 10명 등 여러 명의 인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 당첨확률은 1/5,000,000로, 로또6/45(1/8,145,060)보다 더 높다. 각 자리별 당첨번호 통계까지 공유되면서 “통계를 보고, 이번 주엔 숫자를 바꿔 사봤다”는 사연도 곳곳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조 단위로 4번이, 만 단위는 4번, 천 단위는 9번이 많이 나왔다는 분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소액의 희망’을 만드는 소비 경향에 주목한다. 경제 컨설턴트 박정민 씨는 “1000원을 투자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 그 소소하고 합리적인 기대가 연금식 복권 열풍의 본질”이라 느꼈다. 완벽한 희망보다는 적당한 기대, 대박보다 꾸준함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내 월급 2배면 바로 퇴사한다”, “현실은 자동구매, 결과는 자동실망”과 같은 유쾌한 체념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것 같아서 매주 산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복 당첨이 가능하다는 정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가 편하다는 팁도 활발히 공유된다.
가령,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되면 반드시 농협은행이나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당첨금 확인 후 받으며, 5만원 이하는 바로 판매점에서 탈 수 있다. 등수별 당첨금 수령 방법 혹은 지급 기한(1년)도 콕 집어 체크하는 이들이 많다. “남들 당첨 소식 들으면, 괜히 마음이 오그라드는 건 나만 그런가요?”라는 토로처럼 모두가 복권에 기대는 마음의 결은 작지만 진하다.
연금복권은 트렌드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 스며든 작은 기대의 상징처럼 자리했다. 누군가에겐 한 번쯤 해보고픈 ‘월급 받는 삶’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매주 반복되는 작은 꿈의 시간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