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골로 슈퍼컵 뒤집었다”…이강인, 우디네의 영웅→파리 생제르맹 위닝 스타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궤적을 남긴 한 발의 슛, 거기엔 좌절과 환희가 함께 있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던 벤치에서 이강인은 후반 40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팀의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무대에 존재를 각인시켰다. 응원의 물결은 스타디오 프리울리에 모인 팬들에게 뜨거운 전율로 번져갔다.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치러진 2025 UEFA 슈퍼컵 결승전. 파리 생제르맹과 토트넘의 맞대결은 첫 공식전부터 숨막히는 전개를 펼쳤다. 파리 생제르맹은 경기 초반 연이은 실점으로 0-2로 뒤처졌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후반 23분 승부수를 던졌다. 이강인과 이브라힘 음바예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의 흐름을 바꿨다.

이강인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투입돼 날카로운 패스와 방향 전환으로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에 힘을 실었다. 후반 막판, 다시 한번 찾아온 기회. 직접 프리킥 키커로 나섰던 이강인은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비티냐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파리 생제르맹 쪽으로 기울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강인의 득점 이후 추가 시간 곤살루 하무스의 헤더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이강인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결국 슈퍼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강인은 단순한 득점뿐 아니라, 후반 교체 투입 이후 팀 전방의 흐름을 주도하며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은 비티냐와 우스만 뎀벨레에 이어 이강인에게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평점인 7.5점을 부여했다. 지난 시즌 긴 대기 시간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현지 언론 역시 이강인의 활약에 주목했다. 교체 투입과 데뷔전 골, 승부차기 성공까지, 새로운 시즌 주연급 선수로서의 가능성이 현지에서 재조명됐다. 파리 생제르맹은 슈퍼컵 이후 곧바로 리그 일정을 준비하며, 이강인의 입지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흙냄새 스민 우디네의 그라운드에서, 긴장과 염원이 뒤섞인 경기 후반. 숨죽인 시간 속, 한 번의 슛이 다시 모든 흐름을 바꿨다. 뜨겁던 한여름 밤, 착실히 쌓은 땀방울 끝에서 작아진 소년은 이강인이라는 이름으로 빛났다. 2025년 UEFA 슈퍼컵, 유럽 무대의 새 시즌 문은 그렇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