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관심 없다”…김여정, 이재명 정부 긴장완화 조치 일축
정치적 격돌 국면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긴장완화 시도를 ‘기만극’으로 평가절하했다. 북한의 강경 담화가 발표되며 남북 간 갈등 국면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마주 앉을 일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낡은 사고방식에 집착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부 여지를 남겼다.
14일, 김여정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못박으며, 이재명 정부가 최근 추진한 한반도 긴장완화 조치들을 “너절한 기만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서울의 대조선 정책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며 변할 수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는 원인으로 헌법상 ‘흡수통일’ 조항,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영, 지속적인 한미연합군사연습, 비핵화 방침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국법에는 마땅히 대한민국이 그 정체성에 있어서 가장 적대적인 위협세력으로 표현되고 영구고착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조만간 헌법을 통해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공식 규정할 방침으로 읽힌다.
이 같은 강경 입장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공식 담화의 연장선이다. 당시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남측이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북한도 이에 맞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다는 관측이 나오자, 남북 분위기 변화를 견제하며 재차 일축 입장을 공개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광복 8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점도 주목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을 의식해 사전에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을 차단하려 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강경노선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 소지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란 분석을 내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향후 한국 정부의 유화적 조치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대미 메시지 역시 강경선을 유지했다. 김여정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미국 측에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 사이의 만남도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전향적 변화 시 대화 가능성은 완전히 닫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담화와 유사하게,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새로운 사고’를 전제로 움직일 경우 대화 여지가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의 대북 비핵화 원칙이 확고한 만큼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대외용 언론에만 실린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한편, 내부 노동신문에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와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및 한미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남북 긴장완화 조치의 실효성과 북한의 강경 반응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