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국가신용등급 격하의 파고”…정부부채 부담 증폭 속 글로벌 파장 촉각→시장 충격 완화될까
찬란했던 신뢰의 등급이 소리 없이 한 계단 내려앉았다. 무디스의 결정은 수십 년간 세계 경제의 심장처럼 뛰던 미국 재정의 굳건함에 작은 균열을 드리운 채, 피로 짜인 숫자들이 투명하게 내비치는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끌어내렸다. 재정 적자 확대와 정부부채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과거 절대강자의 자리는 서서히 무거운 짐을 이고 흔들리는 신호를 보냈다. 기나긴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금리 상승의 물결이 정부의 이자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무디스는 이자 비용 등 의무지출 비중이 올해 전체 재정지출의 73%에서 2035년 78%로 높아질 것이라 진단하며, 과세와 지출 모두에서 정책적 숨통이 조이질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절망의 매듭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무디스는 미국 경제 구조의 내구성과 달러화가 지닌 기축통화 위상, 그것이 세계 금융의 성곽을 지탱하는 견고함을 여전히 인정하며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최근 관세 정책의 단기 성장 둔화 가능성은 언급됐으나, 긴 흐름 속에서 미국의 성장 동력은 크게 지지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무디스의 강등 조치는 2023년 피치,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하향에 이어, 미국이 3대 신용평가사에서 모두 최고 신용등급을 내어준 역사적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한다. 과거 S&P의 강등 당시처럼 증시와 외환시장의 격렬한 진동을 부를지 우려됐지만, 이미 예견된 발표였기에 시장의 자체 내성은 상당 부분 구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도 이변 없는 굳건함을 전망했다.
앞으로 미국 정부는 무거워진 국가채무의 압박 속에서 예산·통화·관세 정책 등 주요 기조 변화를 모색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무디스는 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 성장세에 일정한 영향을 가하겠지만, 달러라는 독보적 지위와 경제 기초체력은 국가 신용의 최후 방패로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결정이 가져올 미국발 파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지형은 다시금 조용히, 그러나 심오하게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