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라피더스, 日 미래 반도체 협력 본격화”…자금·공급망 대전환→자동차업계 지각변동 올까
한여름의 습기가 도쿄 거리를 무겁게 누를 즈음, 일본 산업계에 심상치 않은 변화의 바람이 다시 한 번 몰아쳤다. 일본 완성차의 자존심인 혼다가, 차세대 전자산업의 심장부를 책임질 라피더스에 수백억 원의 거대한 투자를 결심했다는 소식이 닛케이의 지면을 타고 전해졌다. 내년 3월까지 완수될 이 출자 계획은, 일본 자동차와 반도체 두 산업의 미래를 엮는 굳건한 다리로 새겨질 조짐이다.
혼다는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미래차 기술의 중심에 반도체를 놓으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다. 지난해 대만 TSMC와 맺은 공급 계약에 이어, 불확실한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위험을 직접 체감한 자동차업계는 보다 자립적인 생태계를 갈망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단단한 뼈대'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혼다의 결정은 도요타와의 연이은 라피더스 합류 행보와 함께, 국산 반도체 산업의 강화라는 국가적 목표에 큰 걸음을 내딛게 만들고 있다.

라피더스는 2022년,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 등 일본 굴지의 8개 대기업이 73억 엔을 투자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대량생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아직 5조 엔, 즉 4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들은 물론 후지쓰, 호쿠요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주요 기관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으나, 현재까지 모인 자금은 2조 엔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 3월까지 정부와 민간이 총 2,000억 엔의 추가 투입을 목표로 하는 긴 여정이 지금도 이어진다.
라피더스는 2027년 첨단 반도체 양산을 내걸고, 올해 7월 시제품 완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닛케이는 여전히 상업적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기에는 투자와 기술 수준,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적 고객 확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투자자들의 눈길은, 새로운 주주로 등판한 혼다가 과연 이 거대한 항해에 어떤 항로를 열지에 쏠려 있다.
이제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가 함께 서는 초국가적 연대의 무대 위에 올랐다.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독립의 대의 아래, 라피더스를 둘러싼 국제적 경쟁과 협력의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이 흐름에 동아시아 반도체 시장 판도마저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산업국의 긴장도 세차게 고조되고 있다.
라피더스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일본 산업의 무한한 잠재력과 그 한계를 동시에 비추며, 미래를 향한 도전과 응전을 반복한다. 세계 공급망 재편과 첨단 기술 자립의 중대한 길목에서, 라피더스와 혼다의 협력은 머지않은 내일의 산업지형을 다시 그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