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거리 실측 개척”…연세대-서울대, 고체 전자 구조 혁신→산업 파장 촉각

양자역학적 미시세계를 향한 기술적 도전이 다시금 진일보했다.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고체 물질 내 전자들의 양자거리를 완전하게 실측한 성과를 세계 최초로 일궈냈다. 전통적으로 이론적 근사에 머물러왔던 양자거리의 직접 측정은 양자컴퓨팅과 센싱 산업 진입의 본질적 토대임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양자거리는 두 양자 상태의 유사성을 정량화하는 개념으로, 전통적 현실 감각에서는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미시세계의 심연을 측량하는 정교한 잣대로 간주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흑린이라는 단순하고 안정적인 물질을 모델로 선택했다. 서울대학교 양범정 교수팀은 흑린이 대칭성‧단순성 덕분에 전자간 위상차만으로 양자거리를 완전히 결정할 수 있음을 이론으로 도출하고,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팀은 국내외 첨단 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을 결합해 전자 위상차를 세계 최고 정확도로 계측, 그로부터 양자거리 값을 직접 산출했다.

흑린 내 전자의 양자거리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양자상태간 전이의 정밀 추적 기술 및 연산 신뢰성 보장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 이번 연구는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최첨단 방사광가속기를 활용, 기술의 진폭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양 교수팀이 본 과제의 이론 토대를 제시하고, 김 교수팀이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유기적 협업 모델이 구축됐다는 점에서 학계 평가는 특별히 높다. 송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과장이 “고체 내 전자 양자거리의 완전계측이 실현된 첫 사례”라며 의미를 짚은 것도, 이와 같은 협업의 위상을 방증한다.

양자 컴퓨팅 및 센싱 산업 진입의 기술 관문이 열린 이번 성과는 향후 국내 방사광가속기 연구기반 확충, 후속 양자 기술의 다양한 실용화 모색 등 파급이 예상된다. 김근수 교수는 “오차 없는 양자연산 구현의 필수 조건이 본질적으로 충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는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국내 연구의 지속적인 창출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며, 추격형이 아닌 혁신형 과학 연구 시대의 단초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