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4번타자 별세”…나가시마 시게오, 일본야구 영웅 타계→국민적 애도
일본 야구의 영원한 심장이던 나가시마 시게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3일 오전, 도쿄의 병원에 마지막 순간을 남긴 그의 이름 앞에는 깊고도 아득한 공백이 찾아왔다. 일본 야구라는 커다란 별자리에서 가장 빛나던 존재의 퇴장이기에, 구단 동료와 팬들, 그리고 수많은 후배 선수들은 저마다 묵직한 감정 속에서 슬픔을 전하고 있다.
195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후, 나가시마 시게오는 데뷔 시즌부터 타율 0.305, 홈런 39개, 92타점으로 남다른 한 해를 장식했다. 신인 시절 가네다 마사이치에게 데뷔전 4연타석 삼진을 당했지만, 곧바로 성장을 통해 센트럴리그 홈런과 타점 1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야구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17년 동안 요미우리의 4번 타자를 지켜낸 그는 통산 타율 0.305, 홈런 444개, 1522타점, 6차례 타격왕에 빛나는 기록으로 일본 야구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동시대 동료였던 오사다하루와 함께 ‘ON포’ 라인업을 이끌며, 요미우리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1974년 현역에서 은퇴하자 구단은 ‘불멸’의 상징으로 그를 감독으로 맞이했고, 이후 5차례 센트럴리그 우승, 2번의 일본시리즈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이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과 구단 종신 명예 감독까지 역임하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다.
2004년 뇌졸중 이후 긴 투병에 들어갔으나, 나가시마는 2013년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일본 국민영예상을 수상하며 팬들의 곁을 다시 찾기도 했다. 2021년에는 오사다하루, 마쓰이와 성화 봉송에 나서는 등 일본 야구계의 ‘국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수 출신 최초로 일본 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도 얻었다.
특히 1960~70년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와 맞물려, 나가시마의 경기는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졌다. 경기장에선 그의 이름을 외치는 함성이 가득했고, 야구는 국민적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스터 프로야구 나가시마 시게오는 세대와 계층을 넘어선 사랑을 받으며, 일본 스포츠의 상징으로 남았다.
나가시마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오타니 쇼헤이 등 현역 선수들 역시 SNS를 통해 추모의 글을 올렸다. 오타니는 최근 MLB 도쿄 시리즈에서 나가시마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영광이었다”는 진심 어린 소감을 밝혔고, 일본 전역에선 그를 추억하는 물결이 번지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사무국과 요미우리 구단은 조문 절차와 함께, 홈경기에서 그의 존재를 기리는 추모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 구단은 앞으로 열릴 도쿄돔 홈경기에서 나가시마를 위한 추모식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과 팬들은 미스터 프로야구의 유산이 남긴 빛을 가슴에 새기며, 남은 시즌을 이어가겠다는 각오에 조용한 다짐을 주고받고 있다.
노장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던 응원가, 세월을 버티며 남은 기록, 그리고 끝내 극복하지 못한 시간이 뒤섞여 일본 야구장은 깊은 여운 속에 물들었다. 오늘 밤, 스코어 전광판의 어느 자리에도 나가시마의 번호는 남지 않았지만, 불멸의 4번 타자는 일본 야구 팬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타오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