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44도 결전지 입성”…홍명보호, 이라크 원정→월드컵 진출 앞둬
뜨거운 사막의 공기와 함께 달궈진 긴장, 그리고 월드컵 진출을 향한 마지막 한 걸음. 바스라 국제공항에 도착한 홍명보 감독과 선수단의 얼굴에는 장거리 비행의 피로와 새로운 도전의 설렘이 교차했다. 힘겨운 기온 속에 첫 발을 내디딘 태극전사들은 구슬땀을 삼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팬들의 기도와 기대가 얹힌 이 순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은 바로 눈앞에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일 오후 전세기로 이라크 바스라에 도착, 본격적인 원정 일정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11시간 비행 끝에 바스라 공항에 내렸고,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21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한마음으로 결전지에 집결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한국은 6일 오전 3시 15분 이라크와 맞붙는다. 현재 승점 16점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상대 이라크 역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이고 있어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함이 흐른다.
현지의 날씨는 연일 45도를 넘나드는 혹서로 선수단의 체력 관리가 주요 과제가 됐다. 선수들은 공항에서 현지 대사관의 환영 현수막 아래 잠시 포즈를 취한 뒤, 방탄 버스에 나눠 탑승해 안전하게 숙소로 이동했다. 이라크 당국은 도로를 통제하고 경찰 등 경호 인력을 동원해 원정팀 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대표팀 구성에는 김민재, 황인범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더불어 권경원, 원두재, 조유민, 박용우 등 중동파 멤버들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의 국내 일정 뒤 3일 오전 바스라에 합류했으며, 4일 오전부터 팀 훈련에 나선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혹서 적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모두가 밤 시간대 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힘든 환경이지만, 우리 모두는 한 방향만 바라본다. 반드시 본선 진출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 대표팀은 이라크 원정 이후에는 10일 서울에서 쿠웨이트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깊은 밤까지 사막의 열기가 식지 않는 바스라의 거리, 그 속에서 월드컵 본선행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스포츠가 허락하는 희망은 이렇듯 늘 견고하다. 아시아의 자존심이 걸린 이라크 원정 경기는 6일 새벽, 모든 이들의 시선을 결전지로 이끈다.